타인의 꿈속에 침입해 무의식을 훔쳐내는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일본 기업인 사이토(와타나베 겐)로부터 모종의 제안을 받는다.
거대 기업의 상속자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속에 들어가 새로운 생각을 심어달라는 내용의 의뢰. 아내 맬(마리온 코티아르)을 죽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쫓기는 신세인 그는 모든 혐의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사이토의 조건에 동료 아서(조셉 고든-레빗)의 만류에도 제의를 받아들인다.
꿈의 설계를 맡을 천재 건축학도 아드리아네(앨런 페이지)와 변장에 능한 에임스(톰 하디), 숙면을 위한 약물 제조자 유서프(디립 라오)를 끌어들여 드림팀을 구성한 코브는 피셔의 꿈속에 들어가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죽은 맬은 작전을 방해한다.
21일 개봉될 ‘인셉션’은 꿈속의 꿈이란 액자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아주 정교한 형식의 SF 스릴러다.
사이버 펑크 소설의 대가 윌리엄 깁슨이 원작을 제공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코드명 J’, SF 문학을 대표하는 필립 K 딕의 소설을 각각 영화화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토탈 리콜’과 벤 애플렉 주연의 ‘페이첵’을 재미있게 감상했던 관객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소재와 주제라 할 수 있다. 꿈과 현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장자의 ‘호접몽’마냥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래상이 최첨단의 영상 기법으로 그려진다.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 줄거리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단 2시간22분이란 다소 긴 상영 시간 동안 쉬어 가는 부분이 너무 부족해 극장을 나설 때면 안구에 강한 피로감을 느낄 정도다.
파리의 도로가 수직으로 접히는 모습과 무중력 상태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통해 갈고 닦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공간 제조 능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사유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란 점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관객의 ‘상상 지수’를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구성이 한없이 가벼운 영화에 길들여진 요즘 관람 풍토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