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의 글로벌 나눔 프로젝트 ‘단비’가 9개월 만에 종영된다. ‘단비’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나눔 프로젝트로 ‘일밤’으로 복귀한 김영희 PD의 공익성을 대표하는 코너이기도 했다.
‘단비’의 종방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밤’이 재미만 추구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시청률 경쟁에서 공익 프로그램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성찰적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TV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그렇다. 웃기면서도 의미도 있는, 이라는 게 그 관점이다. 그런데 예능, 혹은 오락이란 사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이다. 생산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게 TV의 주요 기능이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TV 앞에 앉은 사람들을 꼬드기고 시선을 훔친다. 공익성은 그 다음의 문제다.
‘단비’가 주창한 건 나눔의 실천이다. 하지만 나눔은 강제적으로, 혹은 교조적으로 실천되는 게 아니다. ‘북극의 눈물’이나 ‘아마존의 눈물’이 높은 관심과 함께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일으킨 건 이 다큐멘터리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바깥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
그런데 ‘단비’에는 그런 기본적인 고민이 부족했다. 출연자들은 이역만리 타국에 가서 삽질만 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을 보는 관점 또한 틀에 박혔다. 사용하는 음악이나 자막은 ‘나눔’의 사전적 정의나 낭만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했다.
‘단비’가 종종 자아도취적으로 보였던 건 그런 편집 때문이었다. 그래서 ‘단비’의 종영으로 현재 한국의 TV가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되었다거나 사람들이 나눔과 실천에 관심이 없다고 보는 건 확대해석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부의 분배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동시에 세련된 취향과 트렌드도 중요하게 작동한다.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이 인기를 얻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대신 ‘단비’는 ‘좋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시청자는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브라운관 앞에 멍하니 앉아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냉정하고 적극적인 판단을 한다. ‘단비’의 실패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