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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나약한 사랑 ‘스스로 죽다’

아무리 위대한 사랑인들 타인에게 알아달라고 강요하는 건 넌센스다. 하물며 타인의 목숨보다 중요할 수는 결단코 없다. 비상식과 무도함이 만날 때 사랑은 폭력이 된다.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인질극은 사랑이 공포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을 알려준다. 이기적인 사랑이 부른 참극이면서 격렬한 공포감의 결과다.

가족 특히 부모가 결혼을 반대할 때는 보통 눈앞이 캄캄해진다. 드라마와 영화는 고사하고, 옆집과 앞집의 아들 딸들도 사랑의 반대를 무릅쓰느라 난리다. 반대를 무릅쓰는 바로 이 상황에서 사랑은 요사스러운 두 가지 얼굴을 보인다.

장애물이 가로놓인 사랑은 겉으론 강한 결속력을 갖지만 사실은 몹시 허약하다. 극복하려는 마음을 갖기보다 우선은 그 상태 그대로의 무참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일종의 도취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만든 비극적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멀고,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흉기를 챙겨 여자친구의 아파트에 들른 그는 자신의 진정이 업신여겨지고 외면당했을 때 자존심을 세우고 사랑을 지키는 법을 미처 알지 못했다.

시뻘건 사랑의 공포는 이런 찰나에 찾아온다. 자신은 아무것도 지켜낼 수 없다는 현실인식, 사랑이 실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자각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약속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할 때 사랑은 그 자체로 공포이고 폭력이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여자친구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앞으로의 얘기라……. 두 사람에게 남겨진 ‘앞으로’의 미래가 있기는 할까. 사랑에 대한 자신과 타인의 정반대의 시선을 그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제 사랑을 제 손으로 꺾고는, 막상 울지도 못할 만큼 공포에 떨고 있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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