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 직원으로 위장한 채 살아가는 CIA 요원 에블린 솔트(앤절리나 졸리)는 거미 생물학자인 남편과 결혼기념일을 즐길 생각에 들떠 있다.
서둘러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려 하지만, 귀순한 러시아 첩자로부터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할 이중 스파이로 지목당한다.
의심하는 동료들을 따돌리고 사무실을 탈출한 그는 남편을 보호하고 누명을 벗기 위해 그동안 배운 기술을 모두 동원한다. 그러나 러시아 대통령의 도착지인 뉴욕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왠지 이상하기만 하다.
29일 개봉될 ‘솔트’는 졸리의, 졸리에 의한, 졸리를 위한 영화다. 한 마디로 그가 전부나 다름없다.
전작 ‘툼레이더’ 1·2편과 ‘원티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을 통해 여성 액션스타로 굳게 자리매김한 졸리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장기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거칠게 치고받는 육박전과 각종 화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총격전 등 대부분의 액션 장면에서 스턴트맨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손수 연기해낸다.
1999년 ‘본 콜렉터’에 이어 두 번째로 졸리와 호흡을 맞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필립 노이스 감독(‘패트리어트 게임’ ‘세인트’)은 적절하게 밀고 당기는 호흡 조절로 여배우의 카리스마를 부각시킨다.
아쉬운 점은 여주인공에게만 모든 초점이 맞춰진 탓에 정작 줄거리는 빈약하다는 것이다. 솔트가 조직의 감시를 피해 달아나는 대목까지는 아주 숨가쁘게 진행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당위성을 약간 잃어버리고 주춤댄다. 더 이상의 내용 공개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언급할 수 없다. 제이슨 본(‘본 아이덴티티’)이 출구를 못 찾아(‘노 웨이 아웃’) 헤매는 꼴로 설명이 가능할 듯싶다.
졸리의 원맨쇼를 희망했던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 그러나 잘 짜인 액션 스릴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