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세계는 현실에서 한 뼘쯤 떨어져 있다.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거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과거나 이국으로 안내한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드문 뮤지컬이다. 비록 노란 머리일 것 같은 토마스와 앨빈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나의 이야기처럼 낯설지가 않다.
토마스는 몇 편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데 잘 풀리지 않는다. 그에게 한 통의 부고장이 날아든다. 친구인 앨빈이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앨빈과 토마스는 선생님의 장례식을 목격한 후 남은 사람이 먼저 간 사람을 위해 송덕문을 써주기로 한다. 이제 토마스가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처지다.
송덕문을 쓰기 위해 토마스는 그동안 앨빈과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온 토마스는 비로소 자신을 반추하게 된다. 그리고 앨빈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으며 그동안 얼마나 소홀하게 그를 방치해두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토마스의 서재를 원 세트로 앨빈에 대한 기억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나는 형식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앨빈과의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놓는다. 앨빈은 기억 속 시간대의 앨빈과, 토마스에게 송덕문을 추궁하는 유령의 앨빈으로 등장해 토마스가 자신을 반추하도록 돕는다.
기억의 재생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두 배우가 긴밀한 갈등을 만드는 2인극 형식을 취한다. 일과 삶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중심 스토리로 전개하고 예술가의 창작 문제를 곁들인다.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르게 전개되는 듯하다가 결국은 한 지점에서 만나는 방식도 세련됐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하나도 새롭지 않다. 형식은 비록 세련됐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바쁜 생활 속에 잊혀 갔던 소중한 것들이란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이 이야기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은 것은 뻔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토마스의 후회나 안타까움이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앨빈의 가치를 깨닫고 새로운 창작의 물고를 트는 작위적인 결론이 현실과의 거리감을 두는 데 한몫했다.
단, 두 배우들의 앙상블, 노래와 드라마의 짜임새는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9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