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학벌도 외모도 직업도 괜찮고 다만 스스로 나이 압박을 느끼는 31세 처자입니다. 올 초에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외모는 별로지만 진득하니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갸륵한 심성과 난 척하지 않는 겸손하고 유머러스한 면에 호감이 생겨 만남을 지속해 벌써 8개월째 잘 만나고 있습니다. 제 고민은 이 남자 도대체 언어 표현이 없습니다. 이 남자에게 들어본 ‘립서비스’는 초기의 ‘예쁘다’ ‘매력적이다’ 정도. 제 생각에 지금쯤은 남자로부터 ‘사랑한다’ 라고 말 한마디 들어야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문제는 제가 이제 이 사람이 점점 좋아져서 맘이 조급해집니다. 나한테 프러포즈 안 하면 어떡하나! 하고요. 아주 완곡하게 ‘오빠는 왜 말로 표현을 안 해?’라고 했더니 ‘쑥스러워서∼’ 랍니다. 근데 전 좀 남자가 언어표현도 해주고 그래야 속이 풀리니 어쩔까요? (묵밥)
Hey 묵밥!
마음이 답답하면 곧잘 “왜… 안 해?”식의 말투가 나오겠지만 이건 아무리 완곡하게 표현을 한다 해도 남자들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따지는 말투로 들리기 쉬워. 나름 애쓰면서 잘하고 있었다고 자부했던 남자들에게 자괴감과 스트레스를 주는 말투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뭘 바랄 때는 ‘왜’라는 단어를 넣어 ‘요구’의 삘을 주지 말고 ‘난 오빠가 이렇게 저렇게 얘기해주면 참 좋을 것 같아’나 ‘오빤 이것도 좋지만 저렇게 해도 더 좋을 것 같아’나 ‘나의 어디가 좋아? 일번…이번…’식으로 쑥스러워하는 그가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등 도리어 여자 쪽이 창의적으로 그의 언어를 이끌어내야 할 것 같아.
사실 당신 입장에선 ‘내 나이에 그런 낯간지러운 짓을…’ 싶고 남자가 주도적으로 표현을 해주길 바라겠지만 그 남자도 나름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표현을 하고 있을 테니 그것들을 유심히 캐치해서 고마움을 표현하길.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잘되어 가면 더 조바심을 느껴 자칫 불필요하게 긁어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만난 지 반년이 넘어가는 딱 이 시점이 늘 위험하거든. 내가 압박 느낀다고 남자까지 압박하지 않도록.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