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의 예전을 의심해 소동을 일으키고, 푼수기 넘치는 여성이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남성에게 ‘급호감’을 느낀다는 설정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액션물의 기본 공식이 된 듯하다.
브래드 피트·앤절리나 졸리 주연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시작으로, 얼마 전 개봉된 톰 크루즈·캐머런 디아즈 주연의 ‘나잇 앤 데이’가 그랬고, 19일 개봉될 ‘킬러스’ 역시 같은 부류에 속한다.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젠(캐서린 헤이글)은 부모를 따라 놀러 간 프랑스 니스에서 스펜서(애시턴 커처)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컨설턴트로 위장했으나 실은 악당을 제거하는 킬러였던 스펜서는 과거를 청산하고 젠과 결혼해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간다.
결혼 생활에 서서히 권태기가 찾아올 무렵 젠은 사랑의 불꽃을 되살리기 위해 과감히 출장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스펜서와 그의 직장 동료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한다. 알고 보니 직장 동료는 조직을 탈퇴한 스펜서를 제거하고 현상금을 차지하는 게 목적이었던 ‘이웃집 살인자’. 정다웠던 이웃들이 하나둘씩 마성을 드러내고 스펜서와 젠은 위기에 빠진다.
우선 남녀 주인공의 넘치는 매력만으로도 웃을 거리는 충분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차세대 남녀 선두주자로 인정받는 커처(‘S러버’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와 헤이글(‘어글리 트루스’ ‘27번의 결혼 리허설)이 위험한 순간에도 엉뚱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폭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니스의 근사한 풍광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더해져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쉬운 점은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하려 홈 드라마까지 가미하다 보니, 사공이 많아져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혼성이 지나쳐 뒤죽박죽이 된 듯한 느낌. ‘과유불급’의 지혜가 절실한 대목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