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마지막 행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제법 바람이 불어오는 스산한 가을밤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어느 고독한 사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구절이다.
사실 이런 날이면 그 고독한 사내처럼 천문학자들은 심란해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날은 보통 지구의 대기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별빛이 불안정한 대기를 통과하면서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면 우리들 눈에는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일반인들 눈에는 반짝이는 별이 멋져 보이겠지만 정작 그 별빛을 받아서 연구를 해야 하는 천문학자들에게는 난감한 일이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하고 싶은 것은 원래의 별빛 그 자체인데 대기 때문에 별빛이 흩어져버린 것이다. 이런 날은 아예 관측을 포기하거나 억지로 관측을 한다고 하더라도 질이 떨어지는 자료만 얻을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지구 대기를 벗어난 우주공간에 우주망원경을 띄워서 또렷한 별빛을 관측하는 것이다.
별빛이 흩어지는 것은 대기의 흔들림 때문인데 흩어지는 별빛을 따라서 실시간으로 망원경을 움직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적응광학이라고 부른다. 우선 관측하는 별 주위의 빈 하늘에 레이저빔을 발사하면 대기 속의 분자가 빛을 내는데 이것을 일종의 인공가이드별로 삼는다. 그러고는 인공가이드별을 향해서 계속 레이저빔을 쏘면서 인공적인 별빛이 대기의 흔들림 때문에 흩어지는 패턴을 관측하고 천문대의 컴퓨터로 분석을 한다. 분석된 패턴은 망원경의 반사경 뒤에 장착된 여러 대의 작은 기계장치로 전달된다. 전달된 패턴에 따라 실시간으로 망원경을 밀고 당기는 작업을 하면서 별빛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서 따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치 흔들리지 않는 별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지상에서도 우주공간에서 별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서 대부분의 큰 천문대에서는 이런 적응관학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