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은 전인미답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에는 생활인 정신으로 무장해 공산품 찍어내듯이 영화를 쉽게 뽑아내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 또한 여건만 허락하면 분명히 한눈을(?) 팔 것이다.
유일무이한 작품을 쫓다가 때로는 알면서도 과잉의 악수를 두기도 한다. 과유불급의 미덕을 과감히 무시하고, 사회적인 통념이 허락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서 진심이 읽히는 한, 예술적 도전으로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게 수용자들의 올바른 태도다.
요즘 ‘악마를 보았다’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잔인하고 징그럽다’는 불만부터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지지까지 각양각색의 평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연출자인 김지운 감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이병헌과 최민식이란 두 톱스타를 데리고 거액을 들여 웬 정육점 냉장고같은 영화를 내놓았다’는 성토가 대부분인데, 일부 평론가들도 알게 모르게 동참하는 분위기다.
솔직히 우려스럽다. ‘짐승을 잡기 위해 짐승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오로지 표현 수위만을 탓하는 것 같아 보기에 불편하다. 이를테면 처음부터 간자장을 만든 주방장한테 ‘자장면을 내오지 않았다’며 윽박지르는 꼴이다.
만듦새를 가지고는 충분히 왈가왈부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빈약한 서브 플롯과 복수 방식의 투박한 당위성, 현실을 교묘히 가장한 판타지적인 측면 등에 대해 다소 아쉬운데, 꼭 이와 같지 않더라도 조금은 건설적이고 폭넓은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보기에 마냥 편한 영화들만 있어서는 안 된다. 필요 이상으로 ‘악마를……’을 칭찬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본질을 비켜난 폄훼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오히려 훼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