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도 만능의 ‘알라딘의 램프’가 엄연히 존재한다. 주문을 외우는 대신 자기만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바로 신용카드다. 아침에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로 출근할 때 교통카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직장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고도 플라스틱 카드로 한번 긁기만 하면 결제가 간단히 끝나기 마련이다. 백화점 쇼핑은 물론 영화관에 들러서도 마찬가지다. 늦게 귀가하면서 택시를 잡아 타는 경우에도 요금 영수증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의 장점은 무엇보다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일푼으로 외상 거래를 하면서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결제일까지 채워 넣기만 하면 우수고객 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주유소를 비롯해 패밀리 레스토랑, 제과점, 놀이동산 등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까지 주어진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면 카드로 현금을 꺼내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편리하기 때문에 직장인마다 네댓 장씩의 신용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신용카드 회사들의 서비스 경쟁은 그칠 줄 모른다. 더 많은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사용액에 대한 포인트 혜택은 물론 상품 구매 할인 및 무담보 신용대출 등 부가서비스 확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의 종류도 VIP 고객을 겨냥한 골드, 프리미엄, 플래티넘 등 다양한 종류가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장수가 무려 1억1000만 장을 넘어섰다. 거기에 신용카드 결제건수와 결제금액도 각각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의 경제 규모가 커진 데다 경기 회복이 이뤄진 덕분이라니 일단 반갑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신용카드의 무리한 발급 경쟁이 빌미가 되어 우리 경제가 곤욕을 치른 기억도 여전히 생생하다. 신용사회로 간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자칫 과소비나 충동구매를 불러올까 걱정스럽다. 잘못된 사용으로 역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비단 ‘알라딘의 램프’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