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뮤지컬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시장 상황은 아직 경제 한파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들을 만나는 재미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반갑다.
세계적인 흥행작인 ‘빌리 엘리어트’(사진)에서 우리 영화를 무대화한 ‘서편제’, 호주 배우들이 주축이 된 ‘록키 호러 쇼’에 이르기까지 입맛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다.
공연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공연장 풍경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른바 관객 서비스의 증가다.
제일 인기가 많은 곳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다.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많다. 배우 사진의 머리 부분을 비워 관객들이 마치 그 의상을 직접 입고 찍은 것처럼 착시 효과를 배려한 것도 있고, 진짜 사람 크기의 전신 사진을 마련해 함께 촬영을 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IT 문화가 일반화된 우리만의 현상으로, 외국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별난 마케팅 방법이다.
음료 서비스가 진화한 곳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 중인 샤롯데 극장에서는 중간 휴식 시간에 와인을 마실 수도 있고, 코엑스 아티움에서는 음료를 들고 객석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중간 휴식 시간에는 아이스크림도 판다.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 마케팅 방법을 적용한 셈이다. 잠깐 휴식에 맛보는 아이스크림은 2막 공연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아직 세심한 배려가 아쉬울 때도 있다. 줄이 길게 늘어선 여자 화장실과 텅 비어 있는 남자 화장실의 대비가 그중 하나다. 뻔히 매번 경험하면서도 그저 산술적인 남녀 화장실의 수적인 균형을 위해 그대로 줄만 서게 하는 공연장도 많다.
주인공이 서너 명이면서도 공연 시작 전에 그날 출연진을 어나운스먼트하지 않는 부분도 그렇다. 공연의 속성상 매일 같은 배우가 등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날 공연의 등장인물을 알려주는 것은 사실 관객 서비스의 기본이다.
물론 공연장 입구에 보드로 표시되지만, 보다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연은 첨단의 서비스 산업임을 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