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환경 파괴 우려 속에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열어 자연보존지구 안의 케이블카 설치 거리를 연장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시행령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지난 5월 입법예고된 상태였지만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로 의결이 계속 미뤄져 왔다. 1967년 국립공원관리법이 생긴 이후 규제 완화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공원 절반 설치 추진
개정안에 따르면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 규정이 2㎞에서 5㎞로,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는 9m에서 15m로 완화된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국립공원 정상부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해져 자연 경관이 훼손되고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케이블카 설치를 제한해온 기존 규정은 국립공원 난개발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 실제 현재 20개 국립공원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단 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안 통과로 난개발이 우려된다. 이미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5월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앞다퉈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국립공원 20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9곳에서 17개 노선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도립공원까지 합하면 15곳에 이른다.
당장 설악산 양양군 서면 오색지구와 설악산 관모능선 구간을 연결하는 4.75㎞ 길이의 오색로프웨이가 이번 개정안 의결로 기준이 풀리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승가봉·보현봉에 이르는 4.2㎞ 구간이 최종 후보지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에는 환경부가 더 적극적이다.
문경시도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 “설악산과 북한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명산에 케이블카 건설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 뻔하다”고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 등이 케이블카 허가권을 갖고 있어 쉽사리 난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하고 기존 등산로로 몰리는 탐방객을 분산하기 위해 케이블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친환경 산행문화에 역행
하지만 덕유산의 경우 케이블카 설치 이후 당국의 예상과 달리 일반 등산객까지 몰려 결국 공식 탐방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등산로 관리는 개발이 되면 환경부의 관리 능력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허가제라고 하지만 개발 압력이 더 센 도립공원의 경우 공원위원회가 유명무실할 수 있고 케이블카 설치로 기존 등산객이 분산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광객이 늘어 환경 파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케이블카 설치는 정상부 접근을 피하려는 둘레길과 올레길 같은 친환경 산행이 각광받는 시대적 문화에도 역행한다. 결국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지자체의 케이블카 추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수밖에 없어 이를 둘러싼 당국과 시민사회의 마찰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