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냄새가 배지 않는 편리함에다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어 주부들이 선호하는 식기 소재가 바로 유리다. 플라스틱 대신 유리 소재 식기를 사용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최근 3∼4년간 내열성과 내구성을 강화한 유리식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유리식기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아져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강화유리로 만든 냄비 뚜껑이 저절로 깨지는 자파(自破) 현상과 관련한 위해 사례가 2006년 15건 접수된 데 이어 2007년 9건, 2008년 21건, 2009년 상반기 15건 발생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3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에서 유리제가열조리용 기구에 사용상 주의사항을 표시토록 하고, 유리식기에 ‘내열’로 표시할 수 있는 기준도 따로 마련했다. 한국산업표준의 내열 유리제 식기(KS L 2424)의 적용 범위 중 팽창계수의 범위에 적합해야 ‘내열’이란 표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5월 10일까지 종전 표시를 신규 기준에 따라 변경 표시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이 남아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내열 유리가 아닌데도 ‘내열’이라 표시된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붕규산염 함유해야 안전
겉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유리식기는 소재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보통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는 유리 제품의 소재는 일반유리와 강화유리, 내열유리로 나뉜다.
일반유리는 병 유리 등에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유리이며, 강화유리는 이런 일반유리를 급냉시켜 유리 표면 강도를 높인 것으로 산업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 충격 없이도 갑작스럽게 파열해 파편이 산산조각 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화유리를 오래 사용하는 동안 미세하게 마모되고 흠집이 생긴 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열유리는 식기용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소재로 열에 강해 급격한 온도 차에도 잘 견디는 장점이 있다. 열에 강한 붕산이 들어 있어 다른 유리와 원료가 다르다. 내열성이 좋아 열을 많이 사용하는 주방식기로 사용하기가 편하다.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워 가격대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국주방생활용품진흥협회의 이제영 부회장은 “일부 유리밀폐용기 제품의 경우 강화유리임에도 불구하고, 내열성이 필요한 ‘내열강화유리’로 표기해 소비자들을 혼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열강화유리’는 ‘강화유리’에 ‘내열’이란 이름만 붙인 것으로 한국산업규격(KS)에 의하면 이들 제품은 원료 중에 붕규산염이 없는 실질적인 ‘강화유리’이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붕규산염이 함유된 내열유리는 오븐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일반 강화유리는 열 충격에 강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유리 제조업체들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정확한 품질표기를 해야 하며, 소비자들 또한 소재별 특성을 확인한 후 제품을 골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의:02)520-9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