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처음 한국 캠프촌을 둘러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바닥에 돗자리만 깔고 앉아 밥을 먹더라고요. 하지만 요즘은 사뭇 다른 모습이죠. 텐트에 테이블과 의자, 조리기구까지 갖춰 놓고 제대로 캠핑을 즐기더군요.”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문화를 이처럼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이 있을까. 최근 만난 세계적인 캠핑용품업체 콜맨(Coleman)의 리처드 길포일(62)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지난 5년간 6주에 한 번씩 국내 캠핑장을 찾아다녔다. 그의 열정에 직원들도 혀를 내두른다. 이제 그는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가볍고 휴대 간편 제품력 자랑
텐트에서 침낭까지 ‘콜맨’이라는 이름은 캠핑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서다. 그는 콜맨 제품의 경쟁력을 ‘혁신’에서 찾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LED 랜턴’이다. 4개의 라이트를 모아 하나로 만든 다용도 조명으로 간편하게 분리할 수 있어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팔렸다.
“지금까지 좋은 제품 만들기에만 급급했어요. 이젠 특허를 통해 그 디자인과 기술력을 지키려고요. 더 이상 콜맨의 카피 제품은 없을 겁니다.”
국내에선 서울 근교 휴양림·강변 등에서 직접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오토캠핑족’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중이다. 콜맨은 국내 캠핑장비시장의 20∼25%를 점유하고 있어 스스로 ‘마켓 리더’라 자부한다.
“콜맨 제품은 대체로 가볍고 휴대가 간편해요. 특히 차가 없는 솔로 캠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용품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캐리어도 선보이고 있고요. 장비는 캠프촌에서 대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성이 행복한 캠프에 초점
그는 ‘가족 캠프’를 최고로 여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아내 등 여성이다. 그래서 편안하고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는 에어 메트리스, 간이침대, 주방기구 개발에도 신경을 쏟는다.
“여성들은 야외활동을 하면서 불편함을 느끼면 다시는 캠핑을 안가려고 해요. 어머니와 아내를 최대한 존중하고 행복하게 해줘야 다음 캠핑도 흔쾌히 응하죠.”
콜맨의 여심 잡기 노력은 이뿐이 아니다. 여대생들만을 위한 ‘걸스 캠핑’도 꾸준히 개최한다. 1박2일간 국내 주요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배드민턴 등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성들에게 장비에 대한 부담없이 캠핑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쇼핑 외에도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몸소 깨닫게 하는 거죠. 캠핑의 재미를 맛본 여성들은 알아서 남자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즐기려고 하거든요.”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 만끽
나라별로 아웃도어 스타일도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텐트·코펠 등 기본기만 갖춘 캠핑을 즐기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집처럼 안락하고 좀 더 편안하길 원한다. 이러한 성향은 요리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미국인들은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메뉴를 선호해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바비큐·불고기 같이 평소 먹었던 음식을 밖에서도 해 먹으려고 하죠. 그 때문인지 한국에선 다양한 장비를 갖춘 캠핑족이 점점 늘고 있어요.”
최근 일본은 야외 뮤직페스티벌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덩달아 등산이나 캠핑을 즐기는 여성들, 일명 ‘마운틴 걸’들이 늘어나면서 화려한 디자인의 아웃도어 패션과 백팩의 인기가 함께 치솟고 있다.
“한국도 아웃도어 문화가 등산·캠핑을 벗어나 낚시·래프팅 등 좀 더 다양한 활동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우선 대자연을 만끽하세요. 그리고 즐기세요. 자연 속에서 쉬다 보면 지금보다 더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게 아웃도어 활동의 매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