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우위(余秋雨)는 중국의 저명한 문화사가이다. 그는 문화혁명기의 폭풍이 휩쓸던 때에 청년이었고, 그 어려운 시기를 중국 고전의 세계로 들어가 파묻혔다. 그런 애씀이 오늘날 위치위이를 만들어냈다.
그가 낸 책들 여러 권이 우리말로도 번역된 덕에 중국 문화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다. 그의 중국문화 기행, 유럽문화 기행, 세계문화 기행 등의 글은 길고 긴 중국 역사의 눈으로 본 세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마틴 자크라는 영국 학자가 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을 읽고 오늘날 새로운 패권 국가로 떠오르는 중국의 내면을 새롭게 읽을 기회를 가졌는데, 위치위이는 그런 점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마틴 자크의 책은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축적된 생각을 깊게 읽어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국제 정세에 대한 치밀한 분석까지 결합되어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변화를 내다보려는 이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또는 이집트의 문명이 찬란하고 오늘날 인류사회 전체에 끼친 위업이 적지 않지만, 중국은 수천 년 전 문헌을 지금도 일상에서 읽어낼 수 있는 문자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은 그리스나 로마, 또는 이집트와는 확연히 다른 지점인 동시에 국가의 역사적-문화적 영속성이라는 각도에서도 고대와 현대의 연결이 끊어져 있지 않다. 위치위이의 저작을 읽으면서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은 중국의 오늘에는 바로 이런 문명적 자양분이 풍성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이 사유하는 방식은 그 두께가 엄청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들 잘 아는 상식이지만 공자의 ‘논어’만이 아니라 사마천의 ‘사기’를 비롯해 손자와 노자, 장자 등 걸출한 인재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전이란 무릇 어떻게 재해석해서 자신의 현실과 만나게 하는가에 그 가치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우선 그런 고전적 자양분이 풍부하게 있다는 것 하나로도 세상을 마주해서 버티는 힘이 달라진다.
중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통치술에 대한 지혜를 가진 나라”라는 규정은 무섭도록 정확하다. 그런 중국 앞에 서 있는 우리는 어떤 문명사적 지혜와 자양분을 가지고 급변하는 세계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단지 경제성장 하나 이루어낸 것만으로 자만한다면, 문명의 힘에 대한 인식은 빈곤해진다. 자신을 엄격하게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