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익어가는 가을은 폭염으로 지친 몸을 보신하고 텁텁한 입맛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계절이다. 가을철 대표적인 보양식인 전어·대하·송이를 숙성과 낭만의 술, 와인과 엮었다.
고소한 전어구이엔 풍성한 과일 맛
‘돈을 생각 않고 사들이는 생선’이라는 뜻의 전어는 이름만큼이나 영양이 풍부하다. 이것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고 대가리 한 입이 깨 서 말의 값어치를 갖는 생선이기도 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이 차기 시작해 제대로 맛이 오르기 때문에 전어의 참맛은 가을이 깊어지면서 완성된다.
고소한 전어 구이나 전어회엔 이 기갈 코트 뒤 론 블랑(E. Guigal Cotes du Rhone Blanc) 2009를 곁들이면 맛이 조화롭다. 상큼하고 생생한 비오니에의 향이 전어의 기름기를 잡아주고 풍부한 과일 맛은 전어의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전어 무침을 준비했다면 폴 자불레 에네 레 잘레 크로즈 에르미타주(Paul Jaboulet Aine Les Jalets Crozes-Hermitage)를 식탁에 올리자. 해산물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상식을 살짝 비틀면, 의외로 풍부한 식감을 경험할 수 있다. 100% 시라로 빚어져 탄닌이 풍부하므로 전어 무침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준다.
달콤한 대하엔 상쾌한 끝 맛
‘허리 굽은 새우가 노인의 굽은 허리를 펴 준다’는 말이 있다. 양기를 왕성하게 하며 신장에 좋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 칼슘,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해 지친 심신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어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다.
대하에는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뤼베롱 블랑(M. Chapoutier La Ciboise Luberon Blanc, 대유와인) 2009를 곁들이자. 초록빛이 살짝 감도는 옅은 노란색을 띄는 이 와인은 미네랄의 풍미가 생생해 씹는 맛을 극대화시킨다. 와인의 깔끔한 산미는 입안을 정리해줘 뒷맛이 개운하다.
향기로운 송이엔 짙은 여운을
가을 보양식의 여왕 송이. 송이는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입안 가득 향이 퍼지는 점에서 와인과 닮았다. 올해는 풍작으로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하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송이의 향을 배가하면서 와인의 복합적인 아로마도 잘 살려 줄 수 있는 와인이라면 카브 드 탱 에르미타주 블랑(Cave de Tain Hermitage Blanc) 2005가 있다. 깊은 골드 빛이 감도는 이 와인은 토스트, 바닐라, 복숭아와 생강의 향이 복합적으로 피어나고, 힘있고 둥근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짙은 부케(향, bouquet) 덕분에 향이 강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