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한국이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데 있어 단연 세계 1등”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지난 1996년 출간된 ‘넥스트 소사이어티’ 저서를 통해서다. 6·25 전란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조선·자동차·반도체 등에서 세계 선두주자로 올라선 모습을 지적하는 얘기였다. “영국이 250년, 미국·독일·프랑스가 100년 만에 이뤄낸 것을 한국은 불과 40년 만에 해냈다”며 그 원동력이 바로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었음을 격찬했던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모험심과 결단력으로 무장한 경영자들이 국내외의 산업현장을 뛰어다니며 우리 경제를 키워왔다. 이른바 ‘창업 세대’로 불리는 경제개발 초창기의 기업인들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변 여건이 맞아 떨어지기도 했겠으나, 이들이 아니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야말로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에 코리아의 위상을 높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는 미래를 내다본 젊은이들이 컴퓨터 몇 대만으로 사무실을 차려놓고, 어려움을 견디며 벤처 붐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도전적인 시도들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가 지연되고 기술개발이 늦춰지는 것이 그런 사례다.
인재 육성 노력도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안정지향형으로 바뀐 탓이다. 지난날 우리 대표기업들이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토대를 마련했던 사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바로 그것이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성공 방정식’이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이 이렇게 움츠리고 있는 동안 경쟁국들이 거리를 자꾸 좁혀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직은 조선·반도체·화학·자동차·LCD·철강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불과 3∼4년 안에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여겨지는 태양광·풍력 등 신 재생에너지 분야나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업가 정신은 위기와 시련을 넘어 성공으로 나아가는 기본 동력이다.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할수록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뿐이다. “위대한 기업가는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이용한다.” 앞서 인용한 피터 드러커가 지금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