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타깝다. 자신의 진로를 두고 아버지와 의견을 달리하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아버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람이 어려울 때 아무 조건 없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다. 그런 가족을 무참히 죽게 한 이 학생은 커서도 죄책감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족을 죽이고 스스로를 죽인 셈이다. 이번 비극을 접하며 ‘아버지는 왜 그토록 아들에게 반드시 판검사가 되라고 강요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솟구쳤다.
요즘엔 학교에서 적성검사를 통해 각자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선택하도록 지도하고 있기에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 희망을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추세다. 실제로 적성검사 덕분에 일찌감치 진로를 택한 친구들이 많다. 반면 진로 때문에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의 의견을 고집해 그 길로 나아가도록 강요한다면, 부모자식 사이는 마찰을 빚게 마련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 이유 탓에 서로 소원해지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특정 직업을 기대한다고 해도, 중요한 건 자녀가 그 직업에 걸맞은 적성이 있는가이다. 물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가족관계이기에 진로를 권유하거나, 적성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의 의견을 짓밟은 채 폭행까지 일삼으며 강압적으로 진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의식이 변하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원하는 직업도 달라지고 있다. 부모세대가 이런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특히 학교에서는 적성검사 결과나 학생들의 장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모님과 상담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