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등학교 추첨일(11월 8일)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엄마들은 괜스레 분주하다. 아이를 집과 가까운 일반 학교에 보낼 것인지, 1%밖에 못 다닌다는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킬 것인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아이 친구 엄마들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애를 어디에 넣을 거냐”고 묻는 게 인사처럼 됐다.
실력순이 아닌 순전히 ‘뽑기 운’임에도 합격한 자녀를 둔 어머니의 성공 스토리는 무용담처럼 전해진다. 워킹 맘인 나 역시 당시 여기저기 기웃대다 운 좋게 지원한 학교 합격자 명단에 아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추첨 표식을 확인하던 희열은 대학 합격 통보를 받은 그 이상이었으니 이런 모습이 참 극성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굳이 집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학교를 놔두고 1시간여 통학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학교에 보내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많은 선배 어머니들이 얘기하기를 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보다 워킹 맘을 학교와 아이로부터 더 자유롭게 해준다고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각종 대회에 휘둘리지 않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원으로 아이들의 등을 떼밀지 않아도 되는 학교 운영시스템으로 인해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확실히 높다는 이웃 선배 어머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웃집 아이는 사립 초등학교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에게 “좋은 학교에 보내줘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은 그 어떤 학교 홍보자료보다 내 맘을 파고들었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키우느냐를 두고 알파 맘, 베타 맘, 미니밴 맘, 헬리콥터 맘 등등의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괴물처럼 아이를 괴롭힌다고 해서 이름붙인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도 있다.
최근 중3 소년이 아빠의 잔소리와 진로에 대한 강요에서 벗어나려고 집에 방화를 해 온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몬스터 페어런츠’가 낳은 ‘몬스터’라고 해야 할까. 아이의 미래가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모든 ‘맘’ 중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