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당뇨병 및 그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1위로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30세 이상 국민의 10%가 당뇨병 환자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씩 새로운 당뇨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당뇨병이 ‘국가적 위기’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 논란에도 가장 많이 처방됐던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의 국내 처방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환자는 물론 의료계도 향후 당뇨병 치료의 방향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01년 출시된 아반디아는 2007년 심혈관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요가 줄었으나, 지난해 원외처방 실적이 241억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아반디아가 사라진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향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주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시장분석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아반디아를 처방했던 미국 의사 68명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당뇨병 치료 방향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반디아 처방 중지로 많은 당뇨환자들이 DPP-4 억제제로 선회할 것이 예측됐다. DPP-4 억제제는 인체친화적인 약물로 안전성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자누비아’가 된다.
◆저혈당·체중증가 위험 낮아 자누비아는 세계 최초의 DP P-4 억제제이자 국내에 판매되는 DPP-4억제제 중 유일하게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치료제다. 기존 당뇨병 치료 접근 방식이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는 데 있었다면, 자누비아의 주 성분인 시타글립틴은 DPP-4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생체 호르몬인 인크레틴의 혈당조절 작용을 도와 혈당을 낮춘다. 따라서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다른 치료제들에 비해 저혈당,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 위험도 낮다.
자누비아는 2008년 12월 국내출시 당시 기존 치료제들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고, 식사와 상관없이 하루 1회 복용하는 간편함으로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3개국 환자를 대상으로 18주간 실시된 임상시험 결과 한국인에게서 가장 높은 혈당강하효과를 보여,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한 한국형 당뇨병에 적합한 치료제임이 입증된 바 있다.
허갑범 연세대의대 명예교수(허내과의원 원장)는 “당뇨 환자들은 대개 고혈압·관절염·콜레스테롤 약을 함께 복용하며, 다양한 합병증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인체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