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얼마 전까지 렌즈교환식 DSLR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기능은 마뜩치 않은 액세서리였다.
달려 있긴 한데 막상 찍어보면 화질이 형편없었다. 굳이 큰돈 들여 다시 캠코더를 사야 했던 이유다. 마치 캠코더로 촬영한 사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180도 달라졌다. DSLR 카메라로 단편 영화와 드라마를 찍을 만큼 전문가도 기능을 인정한다. 다음달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 상당수가 캐논의 전문가급 DSLR ‘EOS 5D Mark II’로 촬영됐다. 미니시리즈 ‘닥터 챔프’도 이 기종으로 찍고 있다.
전문가들에게는 무엇보다 수천만원대의 영화·방송 촬영장비보다 저렴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크기도 작아 색다른 앵글의 촬영을 시도할 수 있고 영상을 처리하는 이미지센서가 커 방송장비보다 뛰어난 화질이나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매혹적이다.
◆광각, 아웃포커스 촬영도 OK
그렇다고 전문가급 DSRL 카메라여서 동영상 기능이 탁월한 건 아니다. 요즘 DSLR 카메라는 대부분 풀 HD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기본 화질에선 크게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화상을 처리하는 이미지센서의 크기나 렌즈에 따라 영상의 완성도는 달라진다. 시야 넓은 광각촬영이나 배경을 뿌옇게 하는 아웃포커스 촬영은 가정용 캠코더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소니코리아 알파팀 김명준씨는 “대다수 DSLR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 자동초점(AF) 대응이 느려 피사체의 빠른 움직임을 잡지 못한다. DSLR 카메라로 찍은 영화나 드라마가 길게 촬영하는 롱테이크가 없고 짧게 이어붙이는 편집이 주를 이루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다양한 렌즈군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화면의 구성이 가능하지만 가정용 캠코더에도 적용되는 20배 고배율 줌을 사용할 수 없다. 고가의 DSLR 줌 렌즈도 10배 정도밖에 안 된다. 캠코더보다 이미지 센서가 커 촬영 중 열이 발생해 최대 29분(실제 12∼20분) 이상 연속촬영을 못하는 것도 한계다. 또 캠코더는 이미지센서가 작아 손떨림 보정 기술로 걸어가면서 촬영해도 흔들림이 없지만 DSLR 카메라는 손떨림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럼에도 기술적 한계는 차츰 개선되고 있다. 최근 소니가 선보인 ‘알파55’는 반투명미러를 탑재한 덕에 연속 오토 포커스가 가능해 빠른 움직임을 잡아낸다. 자동 초점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적다.
동영상 기능을 따진다면 선택에 주의할 점도 있다. 캐논 프로마케팅팀 박성래 대리는 “TV에 연결해 보려면 풀 HD급 영상을 지원해야 깨끗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촬영하고 싶다면 외장 마이크 지원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