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문학 과제로 감상문을 제출해야 했는데 급한 김에 친구 걸 짜깁기했다. 선생님에게 걸려 나는 5대, 친구는 10대를 맞았다. 그 이후 과제는 반드시 내 힘으로 해결했다. ‘체벌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관련 교육청 공문을 접하며 그때가 떠올랐다.
때에 따라 적절한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두 달 전 ‘오장풍 교사’ 사건을 보면서 교사인 나도 치를 떨었고, 체벌 금지에 반대할 의사도 없다. 다만 체벌 없는 학교가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필수조건이라고 여기지 않을 뿐이다. 학생 지도 방법으로 체벌만 있는 것은 아니며, 체벌이 없다고 평화로운 학교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문 속 문제 학생 지도 방법을 보면 무리한 부분이 있다. 문제 행동 규정 범위가 불분명해 교사의 주관적 잣대로 해석해야 하며, 그런 행동의 근본 원인을 성찰교실의 상담교사가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내 경험상 학생이 수업시간에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현상은 교사와 학생의 신뢰가 무너져서 나타난 결과다. 그렇다면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무색한 시대이나 교사-학생 관계를 부모-자녀 관계로 바라본다면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교사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학생도 누군가의 자녀이므로 ‘사부일체’의 정신이 해결 방법이 아닌가 싶다.
체벌 전면 금지 실시 이후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는 ‘교실 붕괴, 교사의 교육 포기’ 모습은 교육 현장에서 별반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신뢰 복원이라는 당면과제가 무겁게 느껴졌고, 교사들이 체벌만을 교육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는 편견이 착잡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