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옛 영광을 재건하겠습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공식발표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현대그룹은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대결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따라 현대가의 적통성을 이었다는 명분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도 성공했다.
◆ 재계 순위 12위로 껑충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갈 경우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위협받을 상황이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계열사의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 8.30%가 현대차로 넘어가면 그룹 경영권이 줄줄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인수에 따라 재계 순위 17위였던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2조3000억원, 매출 21조4000억원에 이르는 12위 그룹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존 현대상선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 경쟁 기반이 두 배로 커져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위상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중단 중인 대북사업독점권을 30년간 갖고 있어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도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투자자와의 계약조건 살펴야
하지만 지나친 출혈을 감수한 인수가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그룹이 자체 보유한 현금은 1조5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 컨소시엄이 무너져 혼선이 빚어졌지만 동양종금증권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7000억원 정도를 확보하는 등 자금 동원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자금은 부담이다.
현대그룹 측은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채권단이 받아들였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재무적 투자자와의 계약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리한 풋백옵션을 제안했다가 대우건설도 뺏기고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