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산은금융지주가 사실상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17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정부와 상의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이날 “국내외 금융회사들에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이 앞으로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면 수신 기반 확보가 필수”라며 “국익 등을 고려해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에도 (외환은행 인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 회장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대주주인 론스타와 인수자로 나선 ANZ은행과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상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고 외환은행 인수를 정부에 건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했지만 국책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비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극 나서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론스타가 호주 ANZ은행과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금융지주 때문에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의 외환은행 인수를 의도적으로 막은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계 일각에서는 늦게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몰리면서 결국 외환은행 몸값만 올려 론스타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 회장은 “현대건설 매각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에 대우조선해양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잠시 중단됐던 미 GM과의 협상을 재개해 내달 초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