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에 체벌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11월부터 관내 학교에서 체벌 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는데, 이는 곽 교육감의 공약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자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는 곧 해묵은 체벌 논란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한 남녀공학 중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이 여교사를 상대로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부터였습니다. 몇몇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이 같은 교권 침해의 원인이 곽 교육감의 체벌 금지조치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교사폭행사건이 급증하는 등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결과, 문제의 동영상은 4년 전인 2006년 7월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건은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 금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몇몇 언론에서 인용한 교권침해 통계자료 역시 체벌 전면금지 조치 이전의 것들이라고 합니다. 즉 체벌 금지조치 이전에 발생한 사례를 갖고 그 원인이 체벌 금지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인 셈입니다.
물론 체벌 금지조치 이후 심심찮게 벌어지는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폭언, 폭행, 성희롱을 두고 ‘체벌 전면 금지에 따른 문제점이나 교권 보호대책 마련을 소홀히 한 채 서둘러 시행된 점이 있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미래의 희망인 교육문제에 보수-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설사 몇몇 정책에서 관점을 달리 할 수도 있다고 쳐도 체벌문제마저 의견 차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요약하자면 진보 쪽은 학생들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반면, 보수 쪽은 교권 수호를 위해 체벌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폭력교사나 패륜학생, 그 누구도 그냥 방치할 순 없습니다. 교권 수호와 학생인권 보호 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는 명분을 가진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체벌을 통해 풀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반인권적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상식으로 풀어야 하며, 또 이유가 뭐였건 간에 ‘폭력적인’ 체벌은 중단해야 합니다. /정운현(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