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축구는 유례없는 유럽파 황금기에 있다. 과거 차범근 같은 불세출의 스타나 뛰는 곳으로 여겨졌던 유럽 축구의 장벽은 박지성 등 수많은 선수들이 펼친 활약으로 점점 낮아졌다.
유럽파 황금기가 태동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일월드컵이었다. 월드컵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을 발판으로 송종국·이영표·박지성·이천수·차두리 등이 대거 유럽 무대를 밟았다.
당시만 해도 유럽으로 가는 길은 국가대표로서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활약해 유럽 구단의 눈에 드는 것이 유일했다.
황금기 1세대의 후광을 업고 새로 합류한 이들은 박주영·이청용·기성용이다. 하지만 그들이 유럽에 진출하는 방식은 선배들과 달랐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K-리그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이 커졌고, 이청용과 기성용을 보기 위해 다수의 스카우터가 K-리그 경기장에 나타났다. K-리그에서의 활약이 믿을 만한 검증의 척도가 된 것이다.
프랑스 오세르 입단을 눈앞에 둔 정조국과 유럽행 루머가 꾸준한 유병수·구자철도 대표팀 기여도는 낮지만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경우다.
18세의 나이로 분데스리거가 된 손흥민의 등장은 유럽파의 패러다임이 또 한 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년 전 독일로 건너가 유스팀을 거쳐 프로 계약을 맺은 뒤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흥민으로 인해 이제 한국 선수에 대한 유럽의 눈은 10대 유망주에게까지 확장됐다. 최근 광양제철중 소속인 16세의 박정빈도 볼프스부르크와 계약을 맺으며 분데스리가로 뛰어들었다.
스타 플레이어에 이어 유망주들까지 속속 유럽에 진출하며 일각에선 국내 축구의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걱정하기보다는 떠나간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스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 축구를 내외적으로 더 건실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