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한 줄, 방송에 한마디 언급되지 않는 소액기부의 진가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한 모금기관의 내부 직원 비리 여파로 세밑 온정의 손길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럼에도 축소되거나 중단된 정부의 복지 예산을 보면서 시민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보살펴야 한다는 인식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다만 개인의 소액기부 방식에는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좋지 않은 소식으로 다시 기부를 생각하게 됐지만, 바로 지금이 기부 방식을 재구성할 적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은 기부에도 적용된다. 대신 위험을 분산해 투자하자는 게 아니라 기부의 재미와 만족감을 더 높이고 효과적 후원을 위해서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기부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1.나눔의 대상 넓혀보기
사회에는 복지 자선 말고도 다양한 공익 영역이 존재한다. 평화, 국제 구호, 환경 보호, 문화 유산의 계승, 여성, 인권 등등. 기부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면 2∼3가지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즉 복지 영역 1개에 환경 1개를 추가하는 식이다. 이는 복지 자선에만 쏠려 있는 기부를 분산시켜 균형 있는 공익 발전과 지속 가능한 사회 기반이 가능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2. 방법은 찾아보기 나름
일반적인 기부활동은 일시적인 거리모금에 동참하거나 CMS(자동이체방식)로 대변되는 정기 회원 활동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 스마트폰 소유자라면 기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고, 항간에 유행하는 기부상품(구매를 하면 일정 부분 기부금으로 적립되는)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도 있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도 훌륭한 방식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월급 끝전이나 주식을 기부하게 하는 방식도 있다.
3. 소액 목돈 나눠보세요
기부는 개개인이 형편 닿는 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이왕 할 것 계획적으로 비용을 지출해보면 어떨까. 월마다 1만원 미만의 소액 정기 기부는 기본으로 하고 단체 후원의 밤이나 자선파티에서 내놓을 몇십 만원 단위의 기부금을 별도로 떼어 놓고, 목돈을 모아서 단체에 특정 자산을 구입해 주거나 필요한 사업 협찬금으로 낼 수도 있다. 여기에 고액의 자산이나 기금을 출연하거나 유산을 기부하는 것처럼 기부 액수에 맞춰 계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내 돈 들이지 않고도
기부는 꼭 내 돈을 들여서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 돈을 직접 내어 놓는 것도 있지만 내가 특정한 활동에 동참할 때 협찬사 등이 대신 기부금을 내어주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모 자동차 회사에서 진행한 ‘Give Car(특정 사연에 댓글을 달면 차를 기증해주는 방식)’ 캠페인이었다. 이벤트 캠페인에 열심히 댓글을 다는 것이나 어떤 광고를 봐주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될 수 있다.
5. 사용처 직접 정할 수도
많은 이들이 기부할 때 내가 내는 돈이 어려운 이들에게 100% 전달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요구일 수 있다. 기부와 관련해서 모금단체들은 기부금을 모집하고, 기부자를 예우하고, 실제 기부금을 실제 대상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이 운영비는 별도의 모금으로 모집하기 매우 어렵고, 정부에서도 보조해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기부금의 100% 전달을 바란다면 그것은 그 단체에게 불법이나 편법을 자행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그래서 노련한 기부자들은 법으로 정해둔 운영비용을 단체의 운영비로 쓰게 허용해주거나 더 나아가 운영비로 전액을 쓸 수 있도록 기부 용도를 정해주기도 한다.
나눔이 성숙한 시민의 당연한 책임과 즐거움이 되고 있다. 기부 역시 적선의 개념을 벗어난 지 오래다. 그러기에 기부자의 상식과 책임, 예의와 지혜가 점점 요구되고 있다. 마지못해 하는 소극적 기부보다 자신이 기부처와 기부 대상, 모금단체를 적극적으로 찾아 문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부부끼리 자녀와 함께 둘러앉아 1년간의 기부 계획, 자원봉사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좋은 나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행복하고 풍성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