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공포의 좌완 투수 랜디 존슨이 팬들의 아쉬움 속에 은퇴했다. 지난 시즌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8승6패를 거두며 통산 300승을 돌파, 303승 166패 평균자책점 3.29의 기록을 남기고 영영 마운드를 떠났다. 1963년생으로 만 47세 중년의 나이였다.
요즘 일본프로야구에 랜디 존슨과 동갑내기인 노장 투수의 거취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세이부 라이온스로부터 해고통지인 ‘전력외 통고’를 받은 구도 기미야스가 그 주인공이다.
1963년 5월5일생이니 올해로 만48세. 해고통지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선수생활을 포기할만도 하다. 코치나 감독이 어울릴만한 나이다. 실제로 그를 지도자로 모셔가려고 공을 들이는 곳도 적지않다고 한다.
그러나 구도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지난달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던질 수 있는한 마운드에 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고통지를 받은 이후 자유의 몸이 되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있지만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일본프로야구 구단들로부터 영입제의는 전무한 상태다. 새해 벽두에는 미국과 대만 등 해외무대를 포함해 이적할 수 있는 곳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구도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좌완 투수다. 1982년 프로 유니폼을 입은 후 세이부·다이에·요미우리·요코하마, 그리고 또다시 세이부로 유턴하는 등 29년간 명투수로 활약했다. 정규시즌 MVP에 2차례 선정됐고, 세이부·다이에·요미우리에서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일본시리즈 출장 14회는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다타이 기록. 통산 224승(142패)을 올리는 동안 그의 이름앞에는 ‘우승청부업자’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그렇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구도는 왼쪽 무릎 통증까지 겹치면서 지난 시즌 단 10경기에 나가 승리없이 2패에다 방어율 10.50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외부의 상황은 은퇴쪽으로 굳혀져가고 있지만 구도의 현역 속행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동갑내기 랜디 존슨과 40세가 지났을 무렵 미국에서 함께 트레이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서로, 1년이라도 길게 하자’고 약속했다. 존슨은 기록을 달성하고 그만두었지만 나는 아직 던질 수 있어서 현역을 계속한다. 던질 수 없다고 자각할 때가 내 한계이다”고 말한다.
구도는 노련미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낸다. “40세정도 되면 근력은 점점 떨어져 간다. 그런 한계에 거역하며 성적을 남기는 게 재미있다. 젊은 친구와 체력면에서 이길 수 없고, 뛰어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그 선수는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스트라이크로부터 볼을 만들거나 볼로부터 스트라이크를 만들거나 할 수 있다. 기술, 정신력, 정보분석력으로, 야구라면 이길 수 있다. 그것이 묘미다”고 강조한다.
구도는 일본에서도 자기 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선수다. “힘든 연습과 자기관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29년간 그의 프로야구 인생을 지탱해온 원동력이다. 우연일까. 이미 연습벌레로 공인된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는 그의 고교(나고야전기고) 후배다.
“인간은 무엇을 할 때 스스로 통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이상을 하면 힘들다고 생각하는 선이 있어서 ”이젠 충분하다.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편안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어서다. 이런 현상의 집대성이 ‘한계’란 게 아닐까.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에 넘어설 수 없을 뿐이다. 인간의 능력은 그렇게 낮지 않다. 높다고 믿고 있다.”
구도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이냐’고 묻자 " '포기하지 않는다'란 단어다. 포기라는 것은 잘 모른다”며 식지 않는 투혼을 불태웠다.
구도의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일본야구팬들의 그의 결정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