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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위해 외래종 찾아 전국 삼만리

‘7인의 생태 수비대’ 환경생태평가연구실 연구원

인천시 서구 경서동 국립환경과학원 내 국가환경시료은행 2층 환경생태평가연구실.

이곳 7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의 주무대는 전국 방방곡곡이다. 겨울이라 연구실에 기거(?)하지만 3∼11월이면 매주 절반 이상을 야생에서 누빈다. 현장에서 이들을 만난 어르신들은 “뭐 몸에 좋은 걸 잡느냐”고 궁금해 하고, 반공의식이 투철한 이들은 간첩으로 오인해 신고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이들은 ‘생태 수비대’다. 외래 동식물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생태 수비대’의 홍일점인 길지현(41) 박사가 의문에 답했다. “우리나라엔 확인된 것만 식물 280종, 동물 607종의 외래종이 서식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생태계는 사람으로 치면 일찌감치 ‘다문화주의’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외래종은 이민수속을 제대로 거쳤을까.

“동물은 애완용으로 무분별하게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아요. 키우다가 슬그머니 밖으로 내버리는 건데 ‘야생화’한다고 하죠. 식물은 관상용이나 사방용 등 특정한 목적으로 들여오는데 이것이 야생으로 흘러들어가 ‘가시박’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가시박, 북미 원산의 덩굴식물로 줄기가 4∼8m나 자라 강변을 뒤덮어 토종 생물의 생육을 방해한다는 야생의 무법자다. 길 박사는 이런 놈들이 16종(식물 11종, 동물 5종)이나 된다고 했다. ‘생태계 교란 동식물’로 지정된 외래생물들이다.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가시박’ 같이 한 번쯤 들어본 것도 있지만 ‘뉴트리아’ ‘도깨비가시’ ‘미국쑥부쟁이’처럼 낯선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모든 외래생물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건 아니다. 자의로 이 땅을 찾지 않은 만큼 이들도 낯선 생태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기도 하고 집단이나 군락을 이루지 못하고 특정 지역에서만 근근이 생명을 부지하는 정도가 많다. 일부는 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들 중 매년 5∼10종의 위해성이 크다고 예상되는 외래종을 정밀 조사하는 게 환경생태평가연구실의 임무다. 확산 가능성, 국내 생태계 영향, 관리 용이성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4개 등급으로 나눠 1등급의 경우 생태 교란종 지정을 환경부에 의뢰한다.

“생태계 내의 생물 간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해 어떤 종은 일부 지역에만 침입하지만 피해가 크기도 하고 어떤 종은 널리 퍼져 있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거의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래생물의 올바른 관리를 위해선 개개의 외래생물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올해부턴 생태계위해성평가가 법제화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직접 심사단을 구성해 생태 교란종을 평가, 지정하게 된다.

◆“상해보험 하나씩은 기본”

연구실은 2007년부터 본격화된 외래생물 조사의 결과물을 모아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이란 책자로 내놓고 있다. 2008년 생태 교란종 중심으로 27종의 외래생물을 담은 첫 권이 나왔고 지난해 각각 26종, 25종의 외래생물을 소개한 2, 3권이 발간됐다.

책자는 달맞이꽃, 개망초, 토끼풀, 아까시나무, 망초, 서양민들레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우리 꽃과 풀로 잘못 알고 있던 외래 생물의 구별법을 알려준다. “3월에 꽃이 피고 마는 민들레와 달리 서양민들레는 4월부터 연중 꽃이 피어요. 하지만 생김새가 닮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렵죠.”

‘생태 수비대’는 다시 ‘농번기’를 준비한다. 초등 4학년 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둔 길 박사는 매주 화∼금요일 집을 떠나 야생을 누비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야산을 조사하고 나오면 거지꼴이 돼 식당에서 받아주지 않을 때도 있어요. 산에 차를 몰고 갔다가 빠지는 위험한 순간도 있죠. 연구원들 모두가 상해보험 하나씩은 기본이에요.” 연구원들은 올해 4권까지 완료해 총 100여 종의 외래생물을 총정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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