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금이탈로 고심했던 국내금융 시장이 이번에는 자금 쏠림현상과 경쟁 과열로 몸삼을 앓고 있다.

일부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한 빠른 규모 확대가 자칫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4조9000억여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6년 11월 월간 증가액이 5조1000억원을 기록한 후 최대규모다. 이에 따라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사상 최고 수준인 379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정부가 지난해 투기지역 이외의 무주택자와 1가구1주택자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제외해준 시한이 오는 3월로 다가오면서 은행권은 DTI 부활 이전 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신규 대출이 한계에 이르자 다른 은행 대출을 서로 빼앗는 ‘대출 갈아태우기’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또 은행, 증권, 보험 등이 모두 나서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퇴직연금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적립금이 22조3609억원으로 2009년 말 14조247억원에 비해 59.4%나 늘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8년 11월 5조원, 2009년 11월 10조원, 지난해 10월 20조원을 각각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주로 판매하는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상품인 랩어카운트도 2009년 말 20조원에서 지난해 11월 말 현재 36조12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연말까지는 40조원에 근접해 1년새 두 배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일환기자 wha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