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컴퓨터학원에 잠시 다녔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주로 사용되던 시절이었고 286 애플 컴퓨터 IQ 1000 등의 컴퓨터가 보급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원에서는 베이식, 코불, 포트란 등의 언어를 가르쳤었는데 베이식 프로그램을 얼마 정도 배우고 나서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혼자서 열중했다. 물론 요즘 같은 화려한 그래픽이 들어가는 게임은 아니었고, 설정된 상황 속에서 선택을 하면 다음 스토리가 이어지는 수준이었지만 당시에는 게임을 다 만들어 놓고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것 자체에 너무도 재미있고 즐거워했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네 컴퓨터 학원 이야기가 나왔다. 이 친구는 게임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외국계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매각한, 그 바닥에서는 나름 성공한 롤 모델이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좋은 프로그래머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친구의 분석에 의하면 그 원인은 동네의 컴퓨터 학원에서 취미로 코딩을 배우던 우리 세대 이후로는 실제 프로그램을 코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저변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IT업계에 쓸 만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고,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의 미달 사태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전문인력 없는 IT 강국은 있을 수 없다. 국가에 꼭 필요한 IT 핵심 인력은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고 이미 노동집약적 산업화되고 있는 프로그래밍이 머지않은 미래에 인도 등의 외국에서 아웃소싱된다하더라도 국내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탐색과 발굴 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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