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작업장을 영어로 ‘스웻샵(sweatshop)’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 때로는 고용주의 폭력까지 자행되는 후진국형 노동력 착취 현장을 가리킨다.
‘스웻샵’은 선진 자본에 의한 후진국 노동자의 착취를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경제위기가 세계를 엄습하면서 선진국 노동자들에게도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일자리는 적고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늘면서 ‘스웻샵’을 연상시키는 ‘나쁜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일본에서는 ‘블랙기업(プラック企業)’이라는 말이 있다. 본래는 폭력단 등 반사회적인 세력과의 관련성이 강한 기업을 일컫는 은어였지만, 요즘에는 열악한 환경의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일컫게 됐다. ‘블랙기업’은 ‘입사를 권하고 싶지 않거나 이직을 권하고 싶은 기업’이라는 의미로까지 확대됐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뒤 잠시 반짝 하는가 싶더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이후 또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대학 졸업생들에게 취직난은 피해갈 수 없는 시련이 되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의 취직 내정비율은 지난해 12월 1일 현재 68.8%까지 떨어져 1996년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80%가 넘던 호시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초(超)취직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 기업들도 대부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학졸업생 채용을 우선하는 풍토가 강하다. 취업 재수생이나 삼수생은 곧바로 비정규직이나 평생 저임금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한번 선택하면 직장을 옮기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첫 직장의 선택은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따져보지도 않고 덥썩 회사를 선택했다가는 ‘블랙기업’의 그물망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취직하기에 앞서 ‘블랙기업 구별법과 대처방법’을 소개하는 강연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아무리 취직난이 심하더라도 회사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택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상담을 담당하는 한 NPO법인이 개최하는 강연회에 모여든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대학교에서는 외부의 상담원을 초청해 취직예비생들에게 설명하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간사이대의 한 여학생(22)은 직접 면접을 봤거나 친구들의 경험담과 기업의 취직설명회 등을 돌아보고 졸업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을 통해 문제 있는 기업들의 부류를 나눴다. ‘우리는 잔업수당은 주지않는다’‘여성은 간부로 삼지 않는다’는 등 위법성 강한 발언을 숨기지 않는 ‘공언(公言)형’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젊은 종업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를 묻자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설명회피형’ 기업도 있었다.
이 신문은 노동문제 전문변호사가 소개하는 ‘블랙기업 구별법 핵심 체크포인트’를 소개했다.
*하나는, 사원규모에 비해 모집인원의 비율이 높은지 잘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일정한 인원의 구인광고를 연중으로 빈번하게 내는 회사는 의심해 봐야 한다. 이직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나는, ‘○ 년후에는 독립가능’‘○ 년후에는 연수입 ○○ 만엔’ 등 알기쉬운 ‘꿈’을 제시하면서도, 그 근거를 확실히 설명하지 않는 회사도 요주의다. 가혹한 노동환경을 참도록 하기 위해 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는, 급여와 관련해 ‘평균 초임○○만엔’ 등 비교적 높은 숫자를 제시하지만, 그 내역에 대한 설명이 애매한 경우다. 이런 회사는 장시간 잔업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액수를 기본급으로 거짓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변호사는 ‘좋은기업’을 선택하는 하나의 예를 들기도 했다. “장기간 근무하고 있는 여성이 있는지는 회사의 민주주의 척도를 구별하는 지표의 하나”라는 것이다.
“야근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낮에도 일했다. 이의를 제기하자 상사의 권위적인 괴롭힘이 시작됐고 사직서까지 제출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NPO법인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강사가 소개한 일본의 한 ‘블랙기업’ 경험담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라고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우리 현실이 지나치게 녹록치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