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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병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은 대체로 서로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의 나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무슨 얘기를 하면 그간 당한 것들이 있으니 일단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고, 부모나 스승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권위가 바로 세워져야 하는 곳에서 애당초 부실공사였던 탓이다.

그런데 골 깊은 의심병은 이제 드러내놓고 모습을 보이게 되니 이따금 심란하다. 얼마 전에 한 백화점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벽면을 보니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식당 조리실의 광경이 비치고 있었는데 화면으로 봐도 솥에 뭘 섞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기보다 ‘아니 그럼 이건 이 정도의 유명 백화점 식당 주방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는 전제가 깔린 것 같아 급 식욕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원장님이 부모님들 보라고 직접 매일 급식 사진을 꼼꼼히 올리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관한 흉흉한 뉴스에 대한 대응책인 것 같은데, 충분히 믿음을 가졌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날 믿어주세요’라고 하니 ‘그럼 내가 널 못 믿는다고 생각했니’ 싶어 스산해지고 또다시 ‘그러니까 날 믿어도 된다니까요’라고 강조하면 되레 ‘…혹시?’라며 더 꺼림칙해지는 이 마음 역시도 의심병 중증일까?

동시에 당연히 의심해야 마땅한 상황을 그냥 믿어 버려 여러 곤혹스러운 사태가 요새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당신의 남편/아내/자식이 지금 맞고 있다, 사고 났다, 납치되었다, 어서 돈 보내라’ 류의 사기전화. 울음 소리, 신음 소리까지 음성 지원이 되니 한층 고단수가 되었다. 내 주변에서만 다섯 건 발생했으니 급속도로 퍼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찔한 것은 우리의 이름과 대충의 나이, 집 전화번호까지 다 꿰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에 속절없이 떠다니는 나의 개인정보들 탓이다.

작정하고 사기 치려면 누군들 당해내기 어렵다. 설 연휴 때 집안 문단속만 할 게 아니라 정말 의심해야 할 것은 의외로 가까운 일상적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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