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 방면에 관한 한 유대인을 뛰어넘는 G1 민족이라고 단정해도 좋다. 오죽했으면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도 연자방아를 돌리게 할 수 있다”라는 속담까지 있을까. 이 속담은 요즘 유행어로 하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그러니 남한테 베푸는 데 인색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인색하다.
세계 최고 자선 사업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자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기부서약)’ 운동의 확산을 위해 지난해 9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운동 동참 권유를 목적으로 만찬에 초대한 내로라하는 부호들 중 3분의 1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일부는 아프다는 핑계를 댔다. 꾀병이라는 게 정설이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기부액을 봐도 다르지 않다. 2.4%인 미국과 비교하면 240분의 1인 0.01%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세계 최고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 무색하다. 개혁, 개방의 혜택으로 졸부가 된 기업인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가 보면 다소 다르다. 통 큰 기업인 자선 사업가가 의외로 많다. 예컨대 위펑녠(余彭年) 광둥(廣東)성 선전(深 )의 펑녠호텔 사장은 평생 동안 약 7억 달러를 기부했다. 80대 고령인 그는 이로 인해 재산을 거의 탕진했다고 한다. 2010년 기부액 상위 랭커들을 봐도 그렇다. 1위인 황루룬(黃如論) 스지진위안(世紀金源) 회장이 약 10억 위안(1700억원), 3위인 천광뱌오(陳光標) 황푸자이성즈위안 회장이 3억8000만 위안(650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했다. 이 때문에 최소한 1억 위안(170억원)의 순수 개인 재산을 기부하지 않으면 자선 기업인 상위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7일 천광뱌오 회장을 비롯한 자선 기업인 50여 명이 1억1000만 위안(187억원)을 모금, 대만에서 자선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중국의 대표적 말썽꾼들인 부얼다이(富二代), 즉 재벌 2세 중 한 명인 올해 26세의 쑨밍난(孫明楠) 펑성(鵬生)그룹 회장은 5000만 위안(75억원)을 아무 조건 없이 다롄(大連)시 정부에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GDP 0.01%를 기부하는 국가의 기업인들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뉴스가 아닌가 싶다.
GDP 대비 0.01%를 기부하는 중국에 비하면 0.53%인 한국은 정말 대단하다. 무려 53배에 이른다. 이 정도면 한국인들은 중국인들과 비교할 때 천하의 군자로 불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묘하다. 평생 모은 수백억원대의 문화재를 국가에 기증하는 정말 훌륭한 경제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체로 중국과는 반대인 탓이다. 더구나 0.53%의 80%도 헌금 등으로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비참해진다. 중국인들을 수전노라는 의미의 짱깨(掌櫃·원래 발음은 장구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의 민낯을 먼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