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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무대 그리고 무대 밖 무대

머릿결이 검은 거구의 한 40대 중반의 남자가 연주자들 틈에 불쑥 나타나더니 객석을 향해 머리를 숙인다. 격식을 차릴 겨를도 없이 이 사나이는 지휘봉을 잡고 몸을 재빠르게 흔들더니 단숨에 홀 전체를 자신을 향해 빨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번스타인, 주빈 메타, 로린 마젤 등과 같은 뉴욕 필하모니의 전설적 지휘자들에 이어 2009년, 앨런 길버트라는 새로운 얼굴이 더해졌다.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부모 모두가 뉴욕 필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예술적 유전자의 축복을 타고난 인재다.

링컨센터 애버리 피셔 홀에서 혼신을 다해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나의 시선은 또 다른 질감의 내용을 갖게 된다. 유럽 출신이거나 유럽에서 다져진 다른 지휘자들과는 달리, 그는 고전음악이라는 이름에 눌려 너무 무겁거나 또는 숨을 쉴 틈이 없는 방식과는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인다.

링컨센터가 있는 맨해튼 66가로 가기 위해 42가 타임스퀘어에서 환승하다보면, 그곳에서 우리는 프로에 뒤지지 않는 거리의 연주자들을 만나게 된다. 50대 후반의 한 키 큰 여인이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고 연주를 시작한 순간, 황홀할 정도로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연주 실력으로 지하철 공간을 순식간에 무대 밖 무대로 마술처럼 바꾸어 놓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자리에는 열 살 정도 되었을까 한 소년이 키보드를 열정적으로 누른다.

다른 쪽 입구에서는 60대 남녀 다섯이 비틀즈의 곡을 부르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환호한다. 무대는 남이 만들어줘서 오르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이 있는 곳이 곧 무대가 되면 새로운 세계는 거기서 창조돼 간다. 무대와 무대 밖 무대가 공존하는 세상은 그런 식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이건 무허가야” 하고 기껏 만든 무대마저 철거되는 사회는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모른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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