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는 멤피스가 낳은 아들이다. 그곳은 다름 아닌 엘비스가 태어난 곳이자 로큰롤의 고향이다. 노예생활을 했던 흑인들의 고통과 슬픔이 내면 깊숙이 쌓여 있다가 터져 나오면서 만들어진 이 음악의 세계는 기존의 창법에 일격을 가했다. 1950년대 말 미국 음반 시장은 빙 크로즈비, 페리 코모, 패티 페이지 등이 주름잡고 있었다. 그러나 다소 속도가 느리고 부드럽기만 해 어느새 점차 지루해져가고 있던 백인들의 음악은 당시 야만이라고 깔보았던 흑인들의 절규하듯 하면서 온몸에 지진을 일으키는 빠르고 놀라운 가창력에 정신없이 매혹 당했다. 시대는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민권운동의 역사로 넘어가고 있었고, 민중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 포크 송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변방에 밀려 있었던 목소리가 현실의 중심으로 육박해 들어왔던 것이다. 세상의 영혼은 점점 더 자유로워졌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도 로큰롤을 비롯한 새로운 음악과 함께 열기를 더해갔다. 음악은 혁명이 돼갔다. 지금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바로 이 멤피스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멤피스’, 전설의 사중창 포시즌의 ‘저지 보이즈’, 비틀스를 무대에 올린 ‘레인’이 공연되고 있다. 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공연장은 그 자체로 이미 또 하나의 콘서트 공연장이 되어 객석을 열광케 한다. 그런 공연은 축복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그리고 이장희, 양희은까지 출연한 ‘세시봉 설날 특집’은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동포사회에서도 대박이었다. 그들도 애초엔 변방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답답하게 눌러대기만 했던 시대를 뚫고 솟아오른 희망과 자유의 기운을 당시 젊은 세대는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추억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가사에 정취가 있고 누구나 쉽게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는 시대는 행복하다. 그에 더해 시대의 한계를 밀고 나갈 수 있는 힘까지 있다면 더욱 기쁘겠다. 세시봉은 ‘이거 정말 좋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이제는 60대가 된 세시봉 친구들은 그 나이에도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젊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젊음이 이 세상을 날로 더 밝고 맑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는 절로 세시봉! 하고 즐거워할 것이다. 멤피스와 세시봉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