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집트 정부가 군대를 동원, 강경 진압에 나설 수 있다고 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권 위성 채널인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혼란이 빚어진다면 군대가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오마르 술레이만 신임 부통령이 더 이상 시위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한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더욱이 이집트 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개혁에 나서라는 국제 사회의 압력을 일축했다.
◆ 미 향해서도 가시돋친 발언
가이트 외무장관은 미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위대한 국가이자 언제나 최고의 관계를 유지해온 이집트에 지금, 당장, 즉시 정치적 변화를 이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미국이 그들의 의도를 이집트에 강요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8일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3주 전 시위가 발생한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 또 광장에 있던 수만 명의 시위대 중 1000명가량은 이튿날 인근 의회 건물 앞까지 진출, 의회 해산과 재선거를 요구했다.
현재 시위는 카이로뿐 아니라 남부의 카르가, 수에즈 운하의 항구 도시 사이드 등 곳곳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반정부 지도자들이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실현하기 위해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11일 다시 한 번 ‘100만 인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 감금됐다가 석방돼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구글 임원 와엘 그호님(30)도 민주화 쟁취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시위대에 힘을 실었다.
◆ 감금·고문 증언도 잇따라
한편 그동안 폭력 사용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진 군이 비밀리에 시위대를 감금하고 고문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런 증언이 두 번째 100만 인 항의 시위에 힘을 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호삼 바흐가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군이 비밀리에 반정부 시위 가담자 수백 명을 구금하고 고문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