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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먹튀’ 탐관오리 ‘뤄관’에 곪아가는 대륙

설 휴가 기간인 9일 베이징에 중국의 당정 지도부조차 그렇게 바라던 새해 첫눈이 내렸다.

지난해 겨울에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거의 축복에 가까운 눈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중국에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위 공직자들, 다시 말해 고관들이다.

처자식을 해외에 보내놓고 혼자 사는 이들을 중국에서는 뤄관(裸官)이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나체 상태의 관리’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이런 관리들을 뤄관이라고 부를까.

다 이유가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훌훌 처자식이 있는 외국으로 날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때 유이(唯二)하게 챙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현찰이나 해외 은행의 통장이다. 전형적인 탐관오리들이 바로 이렇게 한다. 뤄관이라는 단어가 정말 ‘기러기 아빠’라는 말보다도 훨씬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종종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이성이 있다. 심한 사람들은 전국 곳곳에 있다고도 한다. 정력의 화신이 따로 없다. 오죽했으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 겸 총서기가 재임 시절 “공직자들은 용모가 빼어난 이성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을까. 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겸 총서기가 틈만 나면 부르짖는 허셰(和諧·공평함 또는 조화)라는 말도 이유 없이 나오는 게 아니다.

뤄관들은 눈에 두드러지는 특징도 있다. 우선 혼자이기 때문에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자도 된다. 밥 역시 원하는 대로 최고급으로 먹기는 하지만 집에서는 먹지 않는다.

어디 가고 싶으면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마음대로 다닐 수도 있다.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 고관들을 예거쯔(野 子)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들비둘기 내지 산비둘기이다. 이런 점에서는 또 한국의 기러기 아빠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중국에서는 관리가 웬만한 기업인들보다 훨씬 낫다. 거의 모든 인허가에 대한 막강한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정·부패라는 단어가 언론 보도에서 하루라도 빠지는 날이 없다. 매년 50만 명 정도가 이런저런 부패로 인해 처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요즘 설을 전후해 전국 곳곳에서 뇌물을 의미하는 온갖 홍바오(紅包·빨간 봉투)가 난무했다고 한다. 일부는 진짜 뤄관이라는 말처럼 부정이 드러나기 직전 돈과 통장을 들고 처자식이 있는 해외로 튀었다.

이럴 경우 나라는 골병이 든다. 3조 달러를 바라보는 외환 보유고나 수년 내에 10조 달러를 돌파할 GDP도 크게 의미가 없게 된다. 그저 불쌍한 것은 1개월에 1달러도 벌지 못한 채 손가락을 빨고 있는 5000만 명 가까운 극빈층 농민이나 도시 근로자들이다.

뤄관·예거쯔들은 당국에 적발되면 최하 무기징역, 최고 사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른바 ‘빽’을 의미하는 관시(關係)가 특별하게 있거나 뇌물을 바치면 직책을 박탈당하고 적당하게 형을 살다 나오면 뤄관은 못 돼도 예거쯔가 될 수 있다.

양식 있는 중국인들이 ‘중국이 죽었다 깨어나도 미국을 능가하는 G1이 못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 부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한국과 중국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것은 터무니없는 기우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베이징=중국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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