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과 애플이 손잡고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패드 전용 신문이 세계 언론 역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머독이 이끄는 뉴스 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은 지난 2일(현지시간) 아이패드 전용 신문 ‘더 데일리(The Daily)’를 창간했다. ‘뉴스코프’의 최고경영자(CEO) 루퍼트 머독은 이날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더 데일리’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원한다’고 선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머독은 “더 데일리는 새로운 시대에 기사가 어떻게 읽히고 어떻게 소비되어 가는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건강 악화로 요양에 들어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더 데일리는 보도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 데일리’의 구독료는 1주일에 99센트, 1년에 39.99달러이며, 매일 100페이지 분량으로 발간된다. 뉴욕포스트와 포브스지 등으로부터 편집자를 초빙했으며, 기자도 유수 언론에서 100명정도를 영입했다.
기사 내에는 동영상, 사진, 3D그래픽, 홈페이지 링크 등을 곁들여 기존 언론과 차별화했다.
사진을 360도 각도에서 볼 수 있고, 회전목마식으로 다른 기사, 그래픽, 동영상을 배치하는 등 시청각적으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자체 편집도 가능하고, 주요 기사는 전문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들을 수도 있다.
머독은 “수백만명이 구독하면 성공이다. 야망은 대단히 크지만 비용은 아주 적다”면서 “종이도, 수백만달러 나가는 윤전기도, 신문수송용 트럭도 필요없다. 남는 비용을 독자에게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머독의 자신감처럼 ‘더 데일리’가 신문과 아이패드, 온라인 신문의 유료화라는 3가지 목표를 융합할 수 있는 뉴미디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전세계 언론계가 주목하고 있다.
‘더 데일리’가 발간된 2일, 뉴스코프사의 주가는 2% 상승했다. 이날 경쟁사인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4%, USA투데이를 발행하는 가넷사는 7%나 올랐다. 일단 투자가들은 ‘신문의 신시대 개막’을 환영했다.
‘더 데일리’의 창간과 함께 미국의 유명 신문의 주가가 덩달아 오른 것은 온라인신문의 유료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유수의 신문사들은 ‘온라인에서 구독료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종이신문의 입지는 좁아졌고, 온라인에서의 유료화를 시도해왔지만 힘겨운 실험과정의 연속일 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일부 웹페이지 열람료로 월 7.95달러를 매겼지만 2007년 그만뒀다. 이용자를 늘려 광고수입이라도 받을 요량으로 구독방법을 전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는 구글과 야후 등 검색사이트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고, 종이신문의 광고비와 구독료 감소분을 보충하기에는 미흡했다.
종이신문의 온라인화가 큰 벽에 부딪히던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은 단비처럼 다가왔다. “온라인신문의 유료화를 위한 토양이 비로소 마련됐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속도만큼 온라인신문의 유료화는 만족스런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데일리’의 등장은 일단 그 가능성만으로도 투자가들의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더 데일리의 과금독자 목표는 수백만명이다. 만약 1백만명의 과금독자를 보유하게 되면 연간 구독료는 약 5000만달러에 이르고, 광고수입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첫해 경비 3000만달러와 애플에 지불되는 비용, 연간 20억 달러로 추산되는 영업경비를 제외하더라도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더 데일리’가 기대만큼 흡족할만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유료서비스에서 최대의 성과를 내고 있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경우도 과금독자가 40여만명에 불과하다. 수백만명의 과금독자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더 데일리’가 나름대로의 실적을 올리기 전에 아이패드 전용신문이 잇따라 창간될 가능성도 있다. 경쟁지들이 등장하면 할수록 ‘더 데일리’에게 ‘유리’보다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머독은 앞으로 2년여동안은 아이패드 전용으로만 ‘더 데일리’를 발간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 미국 전역에서 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 이용자 전원”을 구독자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장차 모든 주요 태블릿PC를 통해 서비스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대외여건이 상당히 성숙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태블릿PC의 이용자 급증=더 데일리의 성공’이라는 등식은 결국 얼마나 차별화된 콘텐츠로 온라인 독자들을 흡인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