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저에게는 연락한 지 석 달 된 여자가 있습니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고, 저도 고시생이라 두 달 정도 만나지 못했는데, 연락은 꾸준히 매일 주고받았죠.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잘 때까지 서로 속 깊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전화든 문자든 메신저든요. 이 정도 되니 저도 어느 정도 확신이 서더군요. 2월이 되면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되기 때문에, 그때 가면 제 마음을 털어놓으려고 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자꾸 저를 피하기만 하네요. 연락 횟수가 점점 줄고, 2월 들어 얼굴 본 건 고작 한 번. 결국, 욱하는 마음에 현재는 3일째 연락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정말 화가 나는 건, 그녀가 어느 정도 제 맘을 알고 있을 텐데 제게 이런 식으로 대하네요. 그녀와의 관계, 정리해야겠죠?
(슬픈 고시생)
Hey 슬픈 고시생!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더없이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도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 같아. 전화와 문자를 넘어,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안에서 아무리 많은 정보 교환과 감정 교류가 있다고 해도 결국 거기서 산을 쌓은 것은 그 공간 안에서만 의미가 있고 재활용 가능한 것 같아. 혹은 거기서 충분히 쏟아부을 만큼 쏟아부어서 굳이 따로 얼굴 보고 만나서 얘기할 필요도 없어지지. 게다가 얼굴을 보지 않을 때 우리는 좀 더 멋지게 각색한 인물이 될 수 있잖아?
어쨌든 실제로 몸과 몸이 만나는 대신 무궁무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언어들만 한껏 주고받은 상태에서 ‘확신’을 갖는다는 것은 의외로 위험한 것일 수도 있어. 아마 그녀는 먼저 이런 답답하고 허무한 관계에 더 이상 희망을 못 본 것 같고 좀 더 현실연애를 하길 원했던 것 같아. 연락은 자주 안 해도 바로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같이 눈을 쳐다보며 밥을 먹어주는 남자와의 현실연애 말야. 그리고 석 달간 면접시험 보듯 이 여자 괜찮을까,를 견주어보다가 그래, 너 합격이야! 해서 이제야 고백하겠다는 신중함 따위는 향후 개나 주도록 해.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