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의 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 상 크리스토방의 홈구장으로 가는 벽에는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천재가 탄생했다’. 축구왕국 브라질에서 탄생한 천재는 족히 수백 명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그 단어가 고유명사로 쓰일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데 리마, 골잡이를 대표하는 9번의 대명사 호나우두다. 올해 만 35세인 호나우두는 밸런타인데이인 14일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초콜릿처럼 달콤하지만 쌉싸름했던 자신의 축구 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17세의 나이에 브라질의 명문 크루제이루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18세이던 1994년 팀의 막내로 첫 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러나 4년 뒤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하던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돼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PSV 에인트호번, FC바르셀로나, 인터 밀란을 거치며 유럽을 정복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월드컵은 고통의 세월을 안겼다. 당시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자신을 후원하던 스포츠 브랜드와의 계약 문제로 진통제를 맞으며 경기에 나선 호나우두는 결국 결승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로 우승을 날렸다. 그 뒤엔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며 2년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호나우두의 부활을 알린 것은 2002 한·일월드컵이었다. 무릎 부상 이후 전처럼 폭발적인 드리블을 펼칠 수 없게 된 그는 효과적임 움직임과 놀라운 골 결정력을 앞세운 킬러로 변모했다. 한·일월드컵에서 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우승을 차지, 명예를 회복한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선수 생활 막바지엔 과체중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것은 갑상선 이상으로 인한 비대증 때문이었다. 약물 치료를 해야 했지만 도핑 문제로 그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국인 브라질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된 그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은퇴를 발표하면서 죽음을 경험하는 심정이다. 그래도 나의 시간은 아름다웠다”라고 말했다. 70년대 펠레, 80년대 마라도나가 있었다면 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하는 시간에는 호나우두가 있었다. 축구가 왜 아름다운지를 증명해 보인 당신의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