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서 화산 폭발의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천지를 둘러싼 외륜산 일부의 암반이 무너지거나 금이 갈 만큼 지하에서 잦은 지진이 반복됐고 바위 틈새를 따라 분출한 화산가스로 나무들이 말라죽기도 했다. 일대 온천수의 온도가 높아진 데다 헬륨, 수소 등 가스 함유량도 늘어났다. 지진파 검사를 통해 지하 10km 위치까지 마그마가 떠올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반경 150km 안에서는 화쇄류, 토석류 등으로 인해 건물과 도로, 교량은 물론 식생의 전면적인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천지에 담긴 20억t의 물이 섭씨 1200도의 마그마와 부닥치는 경우 수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는 초대형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산재와 아황산가스는 대류권을 벗어나 상공 20∼30km의 성층권에 도달할 것이며, 이로 인해 햇빛이 가려져 상당한 기간 동안 북반구의 기온이 1∼2도 정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현재 일본 규슈에서도 화산 폭발이 이어지고 있다. 기리시마산의 신모에다케 화산이 지난 한 달여 동안 벌써 10차례도 넘게 분출했으며 그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사쿠라지마의 미나미봉에서도 분화구가 폭발했다. 자칫 연쇄적인 대폭발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일본 열도 전체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진 전문가들은 ‘폭발적 분화’라는 표현으로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메라피 화산과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카림스키 화산이 분출함으로써 항공기 운항이 통제됐다. 2009년에는 필리핀의 마욘 화산이 분출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태평양을 둘러싼 지진대 지역이다. 백두산은 여기에서 약간 벗어나 있으면서도 같은 고리에 속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백두산의 폭발은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르면 4∼5년 내라도 터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지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종합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의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의 대화가 크고 작은 걸림돌로 진척이 늦춰지고 있다. 백두산 폭발은 자꾸 다가오고 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