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에 관한 한 중국은 정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에서는 세작으로 불리는 정국(鄭國)을 비롯한 스파이들이 춘추전국시대부터 수많이 활약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진짜 그렇다.
실력에 관한 한 구소련의 KGB나 미국의 CIA 못지 않다. 하기야 20세기 국공내전 시절에 서로 스파이 내지는 이중 스파이들을 수없이 상대편에 심어 치열한 첩보전을 전개한 것은 다 이런 전통과 관련이 있다.
첩보 기관도 만만치 않다. 국무원 산하에 한국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부가 있을 뿐 아니라 보밀국(保密局)이라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기관도 있다. 공안부는 아예 내놓고 첩보전을 하는 경우에 속한다. 때문에 웬만하면 외국 스파이의 활동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듯 보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중 직전에 대도시에서 활동하던 국정원의 비선 에이전트들을 전원 추방한 것은 다 이런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 하기야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비공식 라인의 에이전트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얼마 전 정보수집 차 중국에서 활약하던 한국의 육군 영관급 장교 2명이 투옥됐다 풀려난 것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외국을 위해 자국의 정보를 흘리는 간첩을 색출하는 능력은 아예 기가 막힌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듯 외면하다 매년 10여 건 가까이 일제단속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2007년 평양 주재 시절 김정일과 독대하기까지 하던 당 대외연락부의 장(張) 모 과장의 횡액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제주도까지 와서 수차례 금품을 받고 한국 정부를 위해 정보를 주다 체포돼 사형을 당했다. 한국에서 유학한 부인 역시 지금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햇빛 보기가 힘들게 생겼다.
한국인들과 친했던 위자푸(虞家福) 신화통신 외사국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과 일본을 위해 정보 수집 활동을 하다 18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중국 법원은 한국과 일본의 정보기관에 국가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은 사회과학원 일본 연구소 진시더(金熙德·57) 부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사실상 미국·일본에서 유학한 엘리트인 그의 학문 인생은 끝났다고 해도 좋다.
국정원이 최근 들어 어설픈 공작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샀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외국 특사들의 방을 뒤지다 걸려 실소를 자아냈다. 이 정도 되면 중국의 정보 기관에 비할 경우 비교조차가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국정원이 환골탈태하려면 국가안전부나 보밀국, 공안부 등에 대한 연구나 교류를 통해 한 수 배우는 것도 반드시 자존심 상하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