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영숙(31)씨는 “전셋값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데 마트에 가면 오징어 1마리에 3000원, 대파 한단에 5000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50% 넘게 올라 밥상 차리기가 숨찰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집중적으로 가격을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던 52개 주요 생활필수품(MB물가)의 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물가관리역량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하며 서민들은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조차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
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5% 급등하며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1월(4.1%) 이래 2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52개 MB물가 품목중 41개의 가격이 올랐다. 내린 품목은 8개, 변동이 없는 품목은 3개에 불과했다.
◆MB물가 52개 중 41개 올라
MB물가를 뒤흔든 주범은 이상한파·폭설·대규모 구제역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농수산물. 배추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94.6%나 가격이 뛰었다. 파(89.7%), 마늘(78.1%), 양파(54.7%), 무(50.8%) 등 채소류는 물론 고등어(44.6%), 돼지고기(35.1%)의 상승률도 높았다.
최근 리비아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겨울철 난방유로 쓰이는 등유가 1년새 19.3%나 올랐다. 경유(14.6%), 액화석유가스(LPG·14.6%), 휘발유(11.1%) 등 다른 석유류의 가격도 10% 이상 뛰었다. 이 때문에 화장지(8.7%), 세제(7.4%), 자장면(7.0%), 도시가스요금(5.5%)도 평균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덩달아 외식 삼겹살(11.3%), 외식 돼지갈비(11.1%), 유치원 납입금(6.0%), 미용료(5.2%) 등 개인 서비스 가격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었다.
문제는 이같은 물가 고공 행진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이미 전기요금을 비롯한 수도요금, 지하철요금, 버스요금 등 인상 대기 상태인 공공요금이 부지기수다. 커피숍, 음식점 등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분야도 요금 인상 눈치를 보고 있다.
◆채소류 이달부터 집중 공급
정부는 이날 물가안정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 채소류 집중 공급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직장인 한명철(45)씨는 “외부 변수에 의해 생겨나는 물가상승을 장관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과연 해결될까”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학생 정기영(25)씨는 “기업은 원가 절감 노력,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 소비로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