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분노와 흥분은 다르다. 분노가 혁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있으나 흥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잘해야 폭동이 일어날 뿐이다. 또 분노는 이성적이나 흥분은 감정적이다. 이 때문에 동물은 분노를 못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중동에서 불어온 혁명 바람으로 어수선하다. 중국에서는 모리화(茉莉花)라고 부르는 재스민 집회가 20일과 27일 이뤄졌을 정도다. 1989년 6월 4일의 톈안먼 사태 이후 20여 년 이상 민주화 요구 시위가 없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예삿일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시위 견제를 목적으로 27일 국내외 네티즌들과 인터넷 대화를 했을까 싶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 시위 현장에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나 대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광장인 대학 내에서도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자신들의 특권인, 뜨거운 가슴이 불러일으키는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고 혹평해도 과언이 아니다.
◆ 취업난에 ‘스펙 쌓기’ 몰두
실제로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 젊은이들처럼 별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저 스펙이나 잘 쌓아 좋은 직장에 취직해 결혼한 후 치녠쯔양(七年 之·결혼한 지 7년이 되면 권태기를 느낀다는 의미)을 느끼지 않고 알콩달콩 사는 것이 최대 인생 목표라는 느낌만을 풍길 뿐이다. 분노할 때 분노하지 않으면 그건 젊은이가 아니다. 굳이 민주화 때문이 아니라도 지금 중국이 처한 사회 현실을 보면 젊은이들은 분노해야 한다.
상위 5%가 대략 95%의 부를 독점하는 나라가 과연 사회주의 국가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승자 독식이 유일의 선인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인가. 역시 아니다. 엄청난 모순이 있다는 결론은 바로 나온다. G2가 아닌 G1으로 올라서려면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젊은이들이 먼저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성적으로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가하게 모리화 차만 홀짝거리고 게임할 때가 아닌 것이다. 6일로 예정된 제3차 재스민 집회 때는 중국인들의 주특기인 대자보 정도는 학교 내외에 내다 붙여야 한다.
중국 정부 당국도 이런 시위나 행동을 무조건 폭압적으로 단속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분노하는 젊음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한다. 90년 전에도 마오쩌둥을 비롯한 피 끓는 12명의 젊은이들의 분노로 인해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진 것을 잊지 않았다면 6일에는 모리화 차 대신 모리화를 들고 나오는 젊은이들을 지켜보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그래도 아직 정권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