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확실히 G2 국가로 불릴 만하다. 지난해 세계 최대인 외환 보유고 2조8500억 달러를 기록했고, 1조1600억 달러를 약간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국가는 잘 나가는데 일반 국민인 라오바이싱(老百姓)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사회주의 국가 맞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하기야 완전한 사회주의 체제 시절에는 무상에 가까운 주택·의료·교육 문제에 대한 신경을 별로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푸리펀팡(福利分房·복지 차원의 주택분배)이라는 이름 하에 정부가 보장하던 주택문제는 이제 워쥐(蝸居·달팽이 집), 이쥐(蟻居·개미 집)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심각하다. 그래도 워쥐나 이쥐나마 있는 사람은 괜찮다. 이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을 개조한 방 같은 곳에 살거나 노숙을 해야 한다.
의료 시스템은 더 열악하다. 정부에서는 국민개보험이 된 듯 주장하나 현실은 아니다. 칸빙난, 칸빙구이(看病難, 看病貴·진찰받기도 어렵고 병원비는 비싸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보험 보장성이 낮은 데다 워낙 병원비가 비싸니 그럴 수밖에 없다. 월 2000위안(약 34만원) 받기 빠듯한 근로자가 감기 한 번 치료하는데 500위안 전후의 치료비를 낸다면 의료보험은 있으나 마나라고 해도 좋다.
퇴직 이후의 연금 지급 실태는 아예 기가 찬다. 퇴직 이후 사망 때까지 평생 받는 연금이 1인당 평균 3150위안이라는 통계는 그저 나온 게 아니다. 이러니 교육 현실이 좋을 까닭이 없다. 의료 환경에 빗댄 상쉐난, 상쉐구이(上學難, 上學貴·학교 가기도 어렵고 학비는 비싸다)라는 말은 이미 유행어 대열에서 퇴출됐다고 할 만큼 현실은 팍팍하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가 열리고 있다. 주요 의제는 현실을 볼 때 민생 챙기기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5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개막식 연설 내용을 보면 진짜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그렇다면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간단하다. 막대한 외환 보유고에서 일정한 파이를 떼어내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된다. 현재의 외환 보유고가 적정선인 7000억 달러의 4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국민의 생활이 여유로워야 진정한 부국이라는 사실을 중국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통감해야 할 것 같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