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금리가 낮을 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회사 워런 버핏(81) 회장의 ‘내집마련’ 예찬론이다.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 살고 있는 그는 지금의 주택이 사별한 첫째 부인과 현재 부인에게 선물한 반지 다음으로 꼽히는 세 번째 잘한 투자라고도 강조한다.
그렇다고 그의 주택이 결코 호화스러운 것은 아니다. 방 5개를 갖추고 있지만 기둥이나 지붕이 낡은 데다 현관의 문조차 삐걱거릴 정도다. 지난 1959년 당시 3만 달러 남짓한 값에 사들인 이 주택의 지금 시세는 대략 50만 달러(약 5억6000만원) 안팎. 세계적인 부호로서 그리 내세울 만한 재산 목록은 아니라고 여겨지지만 그에게는 이 집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인생의 흔적과 기억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요즘 미국의 주택시장은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인해 지난 10년 이래 최악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버핏의 언급은 침체에 빠진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으므로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서둘러 집을 장만하라는 권유라는 얘기다.
이러한 그의 전망은 먼저 한국 주택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두세 달 사이에 집값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택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으며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한다. 집값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에 유례없는 전세난까지 초래됐던 마당이고 보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측면도 없지는 않다. 일단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하면 사정없이 치솟았던 것이 그동안의 체험 사례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집값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도 버핏의 조언은 유효하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지갑 능력 이상으로 눈이 높거나, 임대인이 욕심만 채우려 든다면 악몽이 될 것이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