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改善)’의 일본어 발음은 ‘가이젠(かいぜん)’이다. 우리말처럼 보통은 나쁜 상태를 고쳐서 더 좋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만, 제조업에서의 ‘가이젠’은 공장의 작업자가 중심이 되어 행하는 ‘바틈 업(bottom up) 방식’을 가리킨다. 하부조직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전체를 정리해 나가는 상향식 관리방식이다.
그중에서도 도요타자동차의 ‘가이젠’은 연속적이고 점진적이며 자발적인 개선의지를 대표한다. 도요타는 ‘가이젠’ 정신을 바탕으로 적기생산시스템(JIT)과 자동화로 대표되는 도요타생산방식(TPS)를 탄생시켰고 세계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선도해왔다.
지난해 잇따른 미국내 대형 리콜사태로 위기에 봉착했던 도요타가 2011년 벽두부터 전매특허인 ‘가이젠’으로 창조한 획기적인 완성차 조립라인을 가동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1월 미야기현 오오히라에 준공한 소형차 공장에 한 줄로 지나가는 기존의 I자형 컨베이어 벨트 방식 대신에 U자형으로 조립하는 생산 라인을 도입했다. 도요타 계열의 완성차 조립회사인 센트럴자동차에 속해 있는 이 공장에서는 카롤라 등 소형차를 연간 12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포드사가 I자형 컨베이어 벨트 조립라인을 도입한 것은 1913년이었다. 이후 각 자동차회사는 대량 생산시대를 열었다. 약 100년만에 도요타가 새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도요타의 새로운 생산방식은 옆으로 늘어놓은 차체를 U자형 라인에 올려놓고 부품을 조립하도록 했다. U자형 라인은 종전의 I자형에 비해 라인의 길이가 35% 짧아졌다. 뒷쪽에서는 바퀴 주변 부품, 앞쪽에서는 엔진을 동시에 조립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일 수 있다. 종전보다 설비투자액이 40% 줄었고, 완성차 1대당 5%의 생산비용을 절감했다. 미야기공장의 최신 설비는 도요타의 모델 생산라인이 될 것이다.
도요타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와 엔고의 이중고 속에서도 일본내 공장과 종업원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급등하는 엔고로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1분기 영업손실폭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U자형 라인을 도입한 미야기공장도 비용절감과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맥락에서 적극 추진됐다. 현재로서는 그 목적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신형 조립라인이 장밋빛 희망만을 보장하는 건 아닌 듯하다. 아사히신문은 생산의 효율화로 “불안이 남는 점은 일본내 고용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일본내 320만대 생산을 유지해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생산 효율화가 진행되면 동일 수준의 생산대수를 유지하더라도 필요인력은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종업원은 7만여 명이다. 그동안 도요타는 종업원을 줄이면 ‘자발적인 가이젠’을 할 수 없다는 경영원칙에서 비정규직만 줄였을 뿐 정규직 종업원은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도요타는 신형 생산라인의 도입으로 경쟁력이 향상돼 수출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하이브리드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를 증산하면 고용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생산 효율화’와 ‘고용유지’라는 대치되는 난제가 생각처럼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도요타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세계 경제계가 도요타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또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