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프로선수 직접지도, 엄청난 연습량, 데이터 집중관리….’
일본의 골프전문가가 ‘골프 한류(韓流)’의 비결을 논문으로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8일 ‘한류-너무 강한 골퍼, 너무 대단한 육성방법’ 제하의 기사에서 ‘골프 한류’의 비결을 와세대대대학원 석사논문으로 발표한 이노우에 도오루(38)씨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지난 시즌 김경태와 안선주가 일본프로골프 남녀 부문 상금왕을 싹쓸이한데 이어 지난 6일 끝난 일본여자골프(JLPGA) 투어 시즌 개막전에서도 박인비가 우승하는 등 일본내 ‘골프 한류’의 바람은 해를 더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지의 일부 언론에서는 ‘그린 한류’가 일본프로골프의 인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프로야구계에 이어 일본프로야구계도 점령한 한국 골프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노우에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니어선수 육성방법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노우에씨는 우선 골프아카데미에서 프로선수에게 직접 배우며 한결같이 프로의 꿈을 키운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의 주니어계에서 10번째 선수는 한국에 가면 대체로 50번째 정도다. 그정도로 한국의 층은 두껍다”고 답변을 시작한 이노우에씨는 “실제로 한국 골프환경은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 평일 그린피는 평균 7000엔인 일본에 비해, 한국은 1만1000엔. 주니어 할인 제도가 일본만큼 보급되어 있지도 않다. 골프장(2007년 통계)은 일본이 약 2400개지만 한국은 280개에 불과하다. 한국 주니어선수들은 골프연습장 부설 민간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한국의 열악한 골프환경을 열거했다.
이노우에씨는 그럼에도 한국 골프가 강한 배경에 대해 “(아카데미에서) 처음부터 프로선수에게 지도받을 수 있다. 이 점이 크다. 부모는 평균 월 250만원을 쏟아부으며 어린이들을 프로로 키우겠다는 꿈을 안고 연습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노우에씨는 또다른 비결로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방법과 훈련량을 꼽았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협회(JGA)에 등록된 주니어선수가 약 7800명인데 비해 한국협회(KGA)에는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약 2300명이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한국 주니어선수들은 거의 전원이 프로지망생이고, 연습량은 어중간하지 않다. 톱클래스 주니어선수는 거의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학교측도 ‘한국은 일본과 달라 골프 환경이 나쁘다. 따라서 평일에 라운드를 하거나 연습을 하지않으면 실력을 쌓기 어렵다. 학교에 가든지 안가든지는 부모가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노우에씨는 “지도는 스파르타식이다. 프로가 되고 싶으면 하루 1000구, 시드배정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으면 2000구를 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좋든나쁘든 선수와 부모, 학교, 협회가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엘리트를 철저히 단련시킨다. 미·일과 크게 다른 점이다”며 혹독한 훈련과정을 언급했다.
이노우에씨는 엘리트 선수의 육성방법과 관련해 병역문제 등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집중적인 데이터관리도 꼽았다.
“남녀 각각 6명씩 선발되는 국가대표팀에 들어가면 연간 300일간의 합숙이 모두 무료다. 남자의 경우 아시아대회에서 우승하면 병역을 면제받기 때문에 동기가 상승한다”고 설명한 뒤 “또 독자적인 스코어관리시스템을 통해 KGA에 소속된 전 시니어선수의 평균 스트로크수, 평균 퍼트수 등의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선수별로 약점이 어디 있는지, 자신의 랭킹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선수들의 의욕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노우에씨는 이같은 배경을 근거로 ‘골프 한류’의 지속을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선수층이 두꺼운 남자는 차치하고라도 여자는 미·일 투어에서 한국세의 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여자골프의 인기가 낮은 미국에는 한국에 대항할 힘이 이미 없다.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는 건 일본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지난 시즌 일본여자골프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전체 34경기 중 15승을 거뒀으며, 상금랭킹 50걸 중 일본(32명)에 이어 2위(14명)를 기록했다. 50걸 중 호주는 2명, 중국은 1명, 대만은 1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