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 피해다. 도시의 모든 건물과 도로가 쓰나미에 휩쓸려 진흙더미에 파묻혔으며 비행기와 선박, 차량들이 논두렁에 처박혔다. 바닷가에서는 뒤엉킨 익사체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원전에서는 폭발사고까지 일어나 방사능 누출에 따른 후속사태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지진 피해는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순식간에 닥쳐온 엄청난 시련 앞에 일본 열도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발생한 이번 지진의 강도는 규모 9.0. 인류가 지진을 측정하기 시작한 1900년 이래 넷째로 강력한 지진이다.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390㎞ 떨어진 바다밑 땅거죽이 마치 휴지조각처럼 찢겨나가면서 지진계 바늘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한 쓰나미의 높이도 10m에 이르렀으니, 생중계되는 방송 화면을 지켜보며 그 위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지진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것은 1923년의 관동 대지진이었다. 규모 7.9의 이 지진으로 사망자만 무려 14만7000명에 이르렀다. 일본은 1995년에도 한신 대지진으로 6400명이 사망했을 만큼 잦은 지진에 시달리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들어 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에는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중국 윈난성에서도 일본에 하루 앞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명피해를 냈다.
당장은 이번 지진으로 일본 사회가 크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구작업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가뜩이나 침체를 겪고 있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 철강, 정유, 유통업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진은 또 어떤 피해를 불러올지 모른다.
그렇다고 마지막 의지까지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폐허를 딛고 일어나 역사를 일으켰던 사례가 한둘에 그치지 않는다. 관동 대지진 때만 해도 허물어진 도쿄 시가지를 프랑스 파리처럼 재건한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가. 끝내 분분한 의견 차이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해도 그런 지혜와 용기를 다시 발휘하기를 바란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폐허의 틈바구니에서 다시금 굳건하게 일어서는 일본의 모습을 지구촌은 기대하고 있다.